부족지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역주, 사계절
700년 전 몽골제국은 전 세계를 지배했다. 짧은 순간에 전 세계를 짓밟았으나, 그들은 기록하는데 소홀했다. 하지만, 대몽골제국의 한 지파였던 일칸국에서 소중한 기록을 남겼다. 한 나라의 재상이기도 했던 라시드 앗 딘은 이 책을 포함한 "집사"를 남겼다. 이 책에는 선조를 잊어버리지 않고 역사를 소중히 하여 칭키스칸의 위엄을 세세토록 알리고자 썼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몽골제국은 칭키스칸과 아울러 원을 세운 쿠빌라이칸으로 박혀있다. 그 외에 킵차크칸국이나 차가데이칸국, 일칸국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에서 일칸국으로 시집가는 공주를 호위하여 해상을 통해 페르시아까지 갔다는 내용만 알 뿐이지 일칸국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떻게 멸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이 책은 일칸국 시절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망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칭키스칸의 일족을 황금씨족이라고 불렀다. 거룩한 황금씨족의 한 가지였던 일칸국 역시 다른 칸국과 마찬가지로 칭키스칸 생전의 제국 못지 않게 강력한 시절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강력했던 시절을 살짝 넘어가는 시점에서 라시드 앗 딘은 가득찬 보름달이 이즈러질 것을 예측하고서 후손들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혹은 역사는 다시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언제나 망각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끊임없이 일깨워주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게 아닐까 싶다.
이 책도 대단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겠다고 나선 번역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란어를 배우면서 받은 감동을 이 책으로 전하여 역시 이란어로 된 원문을 찾아서 끝까지 번역했으며 또 다른 언어로 씌인 책을 찾아서 같이 연결하고 수정하고 비교까지 하였다. 어찌보면 몽골은 우리와 가까울 수도 있고 또 멀 수도 있다. 이 책 "부족지"는 우리와 크게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학문적 영역을 확대하고 인류의 문화 자산에 우리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이 얼마나 수고하셨는지 새삼 말할 필요조차도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