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Investment Biker around the world with Jim Rogers)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대단한 책이다. 20세기 말엽에 쓴 책을 2004년이나 되어서 출판했다는 것도 놀랍기는 한데, 한국에는 없는 스타일의 저자가 있다는 것도 대단하거니와 이 책에서 포함하고 있는 내용 자체도 대단하다.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 책은 바이크 타는 사람의 "로망"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또 대단하다.
철저한 여행 준비
어느 여행이나 준비는 착실히 가급적 완벽에 가깝게 해야 한다. 저자는 "세계 일주"를 꿈꿨다.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세운 계획대로 이동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얼마나 여행 준비를 해야 할까. 그렇다.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바이크를 가지고 가야 한다. 차량을 들고 이동하는 것도 어려운데 바이크라니. 보따리상을 생각해 보자. 보따리 상이 들고 오가는 물품은 절대 "고가품"일 수가 없다. 바이크는 "나름" 고가품이다. 그러니 내가 한국에서 사서 일본에 가 팔 수도 있다(라고 양국 정부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배나 비행기를 이용하여 바이크를 다른 나라로 옮길 수가 없다. 팔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두 나라가 아니라 정말 "세계"를 대상으로 이 일을 성공시켰다.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외국 바이커가 한국에 들어올때 편리하도록" 바이크를 들고 오가게 특례법을 만들었다. 왜 한국인이 바이크로 세계일주를 못하는지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베리아 횡단을 시도하거나 중국 횡단을 시도한 사람들은 많으나 세계 일주에는 도전하지 못한 걸로 안다. 여행 준비가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지 또 왜 그것이 중요한지 이 책에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
사실, 여러 면에서 놀랐지만, 여행할 지역에 대해서 여러 모로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더 놀랬다. 여행 준비는 들고갈 짐과 비자 등을 준비하는 것이지만, 해당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는 생산물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 경제, 사회 여러 분야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저자는 투자를 하면서 쌓은 지식과 아울러 사전 조사를 통해서 방문할 지역에 대해서 누가 물어도 술술 나올만큼 철저하게 조사를 했다. 물론, 저자는 투자자이기 때문에 경제적 혹은 투자적인 입장이다. (자기만의 분석 방식을 가지고 있다.)
유추와 연관을 통한 분석
최근 TV 광고에 "아마존에 비가 오면 스타벅스 주식을 산다"라고 했다. 마치 이런 것처럼, 저자는 방문한 지역에 대해서 앞의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현재에 진행되는 일을 분석했다. 그 분석이 현지인 이상의 식견이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투자자로서 매우 성공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은 책을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될 덧 같다.
도전 정신과 위기 대처 능력
저자는 20대 아가씨와 같이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한국 내에서도 지역이 다르면 텃세를 부리듯이 다른 나라 사람이 자기 나라를 여행하는데 온갖 문제가 없겠는가. 특히, 부패가 심한 나라에서는 곳곳에서 "통행세"를 받으려고 노력을 한다. 저자 일행이 세계 여행을 했으니 동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아프리카, 러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과연 잘 통과할 수 있는 나라인가 하는 점에서 저자의 능력이 더욱 돋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저자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그네들이 사는 모습이 이방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해 보였을 수도 있다. 어쨌건, 그 위험의 크기는 도전 정신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으니, 해결할 수 있는 위기 대처 능력도 포함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서도 말했지만, 남자의 로망은 바이크로 투어 다니는 것이다. 저자는 BMW 바이크를 택했다. 전 세계 웬만한 지역에는 대리점이 다 있으니 부품도 구하기 쉽고 정비도 쉬웠다고 했다. (사실, BMW 바이크는 정말 "알아주는" 제품이다.) 나도 국산 바이크로 시도를 해보려 했으나, 우리나라 제품을 들고 나갈 방법이 그때 당시에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자의" 아닌 "타의"로 그 규제를 풀기는 했으나 들고 나간다 한들 국내 업체가 수출한 나라도 얼마 안되는지라 정비할 방법도 매우 부실하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지는게 아니겠는가. 역자 후기에 그 다음 책이 있다고 하니 그 역시 기대가 된다. 역자는 짐 로저스가 워렌 버펫과 함께 정글 펀드를 창시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