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카르타의 해 1215 (The Year of Magna Carta 1215)
존 길링엄, 대니 댄지거 지음, 황정하 옮김, 생각의나무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서 중세 유럽으로 여행을 살짝 떠나자. 기사가 있고 무용담이 있고 아리따운 전설이 있으며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유럽을 햇살 잘 드는 방안 창가에서 들판 바라보듯이 볼 수 있는 책이다.
현대의 자유 민주주의를 논하라고 하면, 필연적으로 1215년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를 뺄 수가 없다. 이 책은 그 시대 전후의 상황과 사정을 담담하면서도 조목조목 기록을 하였다. 특히, 로빈 후드와 관련된 영화에서 꼭 악역으로 출연하는 존 왕의 거의 모든 행적을 빠짐없이 보여주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존 왕이 형제였다는 사실도 참 놀라웠다. 영화에서는 "이복 형제간"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동복 형제였었다니. 이때 당시의 영국은 독립적인 국가라기보다는 프랑스에 땅을 더 많이 가진 플랜태저넷 왕조의 영국 지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존 왕이 프랑스 내의 왕국을 다 빼앗긴 것이 왕조의 관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이지만 영국의 발전사에서 본다면 오히려 브리튼 섬에 집중을 할 수 있었기에 더 나았다는 관점도 인상적이었다.
존 왕의 아버지 헨리 2세는 탁월한 외교와 결혼을 통해서 탄탄한 왕국을 구축했다. 헨리 2세의 아들인 리처드 1세도 나름대로는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런데 존 왕은 어디서나 "배신자" "비열한 통치자" 등 욕을 먹는다. 마그나카르타의 출현이 필연적이었음을 보여주려면 존 왕이 여러모로 흠집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표출해줘야 후세 사람들이 납득을 했을 것이다. 물론 마그나카르타 이후 명예혁명에 이르기까지는 200년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숭고한 민주주의의 발달에 싹을 틔울 수 있도록 존 왕은 그 밑거름 역할을 한 셈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