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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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면서도 전달력 있는 표현들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을 찌릅니다.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다루기보다는 단순한 도식 하나를 놓고 시종일관 그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독자 또한 그 일관된 시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줍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고전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이 책의 앞날개를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를 관찰하고 인터뷰하는 데 1만 시간 이상을 들였다고 쓰고 있다. 책 도입부에 단순한 도식- 그 도식은 원제인 『THE TRIANGLE OF TRUTH』에서 보듯 삼각형이다 -을 제시하고 남은 책 전체에 걸쳐 그 도식이 지니는 깊이를 측량하는데서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특히 짤막한 머리글에서부터 저자의 내공이 우러나는데, 여기서 저자는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이유를 간단히 짚어낸다.
그렇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과 인간관계에 자꾸만 실패하는 이유는 상대의 한쪽 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존재하는 양면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상대에게 투영된 나 자신의 의도와 욕구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노출함으로써 그에 따른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데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내 뜻대로 해석함으로써 상대의 진의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가 말하는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들은 어떤지 보자.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들은 줄다리기 시합 따위는 하지 않는다. 애초부터 '패자(敗者)'가 존재하는 관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다. 그들은 상대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아울러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자신이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 또한 잘 안다. ... 자신과 상대의 욕구는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힘을 합쳐야만 수레를 정상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이렇다.
커뮤니케이션은 양쪽 날개를 가진 새와 같다. 내가 왼쪽 날개라면 상대는 오른쪽 날개임을 온전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장 높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법이나 탁월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한 방법론 같은 것은 제시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관계에서 기법이나 방법론을 찾는다는 것부터 상대방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 책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간단명료한 저자의 시선을 시종일관 유지함으로써 책을 읽는 독자 또한 자연스레 그런 시선을 갖추게 되도록 유도한다.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그것이 바로 탁월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자 비결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의 실용적 가치를 밝혀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우리는 더 이상 평화의 수호자라는 자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평화의 수호자는 논쟁을 잠시 덮어둘 뿐이다. 평화를 조성하는 사람만이 서로 다른 관점을 하나로 통합해 뭔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다. 당신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합하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한편 개인적으로 좋은 책은 그 속에서 다른 어떤 책이나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 마련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 책 또한 몇 인물에 대해 강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그를 통해 책 전체의 메시지를 한층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 인물들에게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혹은 배워야 할 무언가가 있다. 우선 짐 콜린스의 전설적인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스톡데일 제독이 있고, 미국 독립선언문을 함께 집필하고 낭독한 제퍼슨과 애덤스가 있다. 특히 제퍼슨와 애덤스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다양하게 서술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희귀하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저자의 강한 애정은 그들이 진실된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힘을 드러내 보였기 때문일 것인데, 이들에 대한, 다른 책엔 없는 얘기들을 접해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제퍼슨과 애덤스는 평생 라이벌로 지냈지만, 서로를 깊이 신뢰하고 존중했기에 그들이 세운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발돋움시킬 수 있었다. 수많은 갈등과 마찰을 빚었지만, 그것들은 그들의 관계에서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되어주었다. 그들은 삼각형의 가장 높은 꼭짓점을 함께 바라볼 줄 알았던 위대한 인물들이었다.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