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병사 Le Soldat Oublie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옮김, 루비박스
이 책은 어느 독일 병사의 2차대전 회고록이다. 독일 태생은 아니지만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 나왔던 알자스 로렌 지역 출신인 저자는 10대 시절
호기에 군 입대를 하여 소련 전선 스탈린그라드 금방까지 투입되었다가 전쟁
말기에 영미 연합군에 항복하기까지 기록을 담았다.
사병이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은 헐리우드 식으로 많이 나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이 매우 유명하다. 심지어 "머나먼 다리"
도 병사들의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독일군 입장에서 소련군에 대항하여 거대
한 러시아 평원을 오가며 전투를 치루었는데, 20세기 전투 중에서 이동거리로
치면 북아프리카 전투보다 더 방대하고 또 소련과 독일이 싸웠기 때문에 냉전
시대가 붕괴되기 전까지는 영미 연합군 쪽에는 별로 정보가 없었다. 그렇기에
역사적인 기록보다 이 책이 더 와 닿는다.
20세기 최대 전차전은 패튼 군단의 전차전이나 롬멜의 북아프리카 군단이 아
니다. 독소 전쟁에서 스탈린그라드 붕괴 이후 쿠르스크 전투가 독일과 소련의
전차들이 맞붙은 최대 전차전이다. 전격전이든 기갑전이든 독일은 독소 전쟁
초반에 파죽지세로 남쪽에서 북쪽까지 소련 땅을 치고 들어갔다. 공격하는 쪽
이나 방어하는 쪽은 지도를 보고 작전 짜는 사람들이야 자기네들이 역사적인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겠지만 명령대로 움직이는 쪽은 어느 쪽이 되었던 간에
추위 더위 등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전투를 직접 겪으면서 생명을 그야말로
초개같이 잃었다.
저자는 의지만 충만한 입대 초반 사병에서 시작하여 소련군 포격에 주변 전우
들이 모두 사망하고 황량한 들판에서 아군을 찾아 헤매면서 전쟁을 느꼈다.
마지막에는 전쟁이 주었던 참상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전우들과 적들의
명복을 빌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람보가 나온다면 참상과 슬픔을 인간적으
로 표현한 책이다. 샘 페킨파 감독의 "철십자 훈장"이 나름 독특하게 독일군
입장에서 전쟁을 그렸는데, 그 정도 수준으로 이 책을 논하기에는 턱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