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읽는 CEO
왕웨이펑 지음, 김인지 옮김, 21세기북스
한국과 중국이 정식으로 대사 관계를 맺어 수교를 한 후 중국쪽으로도 한류라는 이름으로 많이 가지만 한국으로도 중국 지식인들이 쓴 책을 많이 번역해 왔다. 방대한 중국 역사에서 인물들만 따로 떼 내어 책을 만들어도 도서관 하나는 너끈히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 원천이 많은데, 성공한 정치인들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 보는 것으로도 책이 된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서쪽 강국 진나라 왕 정이 나머지 6국을 정복하여 중국을 통일했는데, 100년도 되기 전에 붕괴가 되었다. 간신 조고와 승상 이사가 욕심에 빠져 애써 통일한 나라를 흔들었는데, 바야흐로 영웅호걸들이 우후죽순처럼 봉기를 하게 되었다. 이때 가장 강력했던 항우가 주도권을 잡는듯 하였으나 시골 한량 출신인 유방(왕이 되고 나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더라)이 마지막에 웃는자가 되었다.
누가 왕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유방이 성공한 비결을 적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유방이 "서민적"이고 "포용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책 전반에서 유방은 귀족 출신 항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계속 서민 출신을 강조했다. 그런데 유방은 화를 잘 냈고 또 욕설을 많이 하여 부하를 모욕주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지만 "서민적"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특히 보상 부분에서는 부하들에게 줄만큼 줬다고 했다.
사람이란게 글 쓰다보면 이런 내용 저런 내용 다 넣게 마련인데, 이 책이 바로 그런 형상이 아닐까 싶다. CEO 입장에서 자수성가한 유방을 따라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서민적"이라는 단어를 "부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교감한다"라고 정의내리지 않는다면 이 내용을 따라하는 CEO는 그 결과가 어떨지 대충 짐작 간다. 사람을 끄는 매력은 체계화하거나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게 아닌데, 유방 읽는 CEO가 따라 했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차라리 "재력 많은 CEO"가 부하 직원들에게 마구 퍼주는게 더 낫지 않을까. 만수르처럼.
참고로, 제목이 죄큼 선정적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