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할리우드를 폭격하다
오가 노리오 지음, 안소현 옮김, 루비박스
오늘날 소니가 있기까지는 창업자의 힘도 컸지만, 사업 방향을 정하고 또 이끌어온 리더인 오가 노리오의 힘도 컸다. 이 책은 오가 노리오의 자서전에 가깝다. 가깝다고 말하는 이유는 저자가 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엮었기 때문이다. 원래, 창업보다는 수성과 유지가 힘든 법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오늘의 소니를 있게 한 사람은 오가 노리오가 아닐까 싶다.
원래부터 낯간지러운 자서전을 싫어했는데, 이 책은 읽을만 했다.
일단, 이 책은 줄기가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것도 일관성(consistency)이었고 브랜드를 만들고 또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 역시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소니는 처음에 "동경통신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구 일본군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던 업자와 그걸 감독하는 장교가 창업을 한 회사였기 때문에 "통신공업"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음악을 하고 있었던 저자 오가 노리오가 소니에 들어가면서 소니의 방향은 지금처럼 바뀌었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앞서서 선도하고 또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업계 선두에 서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산업 디자인을 장려하여 지금의 소니 디자인이 나오게 하였다.
오가 노리오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는 집안에서 성장하였다. 특히, 주변에 조력자가 많아서 어려움없이 힘들었던 유년 시절을 지낼 수 있었다. 한창 전쟁 중인 시절에도 어려움없이 음악을 배울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소니 창업자가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독일로 유학까지 갈 수 있었다.
오가 노리오는 조력자가 많아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호기심이 많다. 지적인 호기심을 타고 났기 때문에 음악을 하면서도 기술적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더구나 그는 예술적인 감각까지 있었다. 다재다능하면서 보통 사람 이상의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하나도 하기 힘든데 이 사람은 음악가로서, 또 경영자로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는가.
제목을 왜 "소니, 할리우드를 폭격하다"로 잡았는지 알 수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서 문화 관련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렸던 오가 노리오의 식견이 있는데 마치 일본이 예전처럼 미국을 점령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소니는 일본만의 기업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최근 1년 사이에 소니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게 결국 "기우"였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삼성과 소니는 체질적으로 틀릴뿐만 아니라 속도 틀리다. 제조업으로서 본다면 삼성은 소니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소니는 제조업체가 아니다. 소니는 문화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그래서 소니는 삼성이 위협을 한다고 해도 가전을 빼앗길지언정 여전히 굳건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