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미스터리, 발굴로 풀어본 살아 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조유전, 이기환 지음, 황금부엉이
사학자들이 사료를 통해서 역사를 연구하고 구성하면 고고학자들이 그 근거를 찾아 나선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는 Truth이 아니라 Fact을 찾는 것이 고고학이라고 잠깐 설명한다. 한국판 "인디아나 존스"인 고고학자 조유전씨가 쓴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고고학과 역사의 관계를 쉽게 풀어썼다. 그리고 이 꼭지를 담당했던 기자가 각 글 끝에다가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살짝씩 덧붙여서 더욱 감칠 맛을 붙였다.
옛 사람의 흔적은 어디에 주로 남아 있을까. 현대를 사는 우리를 생각해보자. 미래의 후손이 우리 삶의 모습을 보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사진이 있으니 사진을 찍어 두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천년이 지난 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때의 후손은 우리 모습을 집터에서 발견할 것이다. 무심코 버린 사진이나 혹은 도구들이 땅에 묻혀 있다가 천년이 지난 뒤에 우연히 후손이 발견할 것이다. 또한, 이러저러한 이유로 죽었을때 무덤 속에 넣는 부장품을 통해서도 후손이 우리를 추정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선조들의 자취를 더듬을때 부장품과 집터, 혹은 특정 위치에 있었던 기록에 대한 탐구로 진행을 한다. 우리가 이 땅에 뿌리 내린지도 몇 천년이 흘렀으니, 응당 땅을 파보면 옛 사람의 자취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이다. 단순히 과거의 물건을 파내는 단계가 아니다. 파낸 물건을 확인하고 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고고학에서는 옛 물건에 대해서 해석하고 분석해야 비로소 제 이름을 찾게 된다.
우리나라 고고학은 역사가 짧다. 그렇다보니 현대화 과정에서 무지막지하게 파괴된 고분이나 옛 집터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고학에서 2세대나 마찬가지인 저자가 보기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고고학이 풀어야할 과제는 산더미이다. 어찌 이 책 한 권으로 해결이 될 것인가. 지역적인 한계, 발굴에 대한 무지, 도굴에 대한 오해, 문화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서 난관이 수없이 많지만, 이런 책으로 인해서 점차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안타까운 점은, 둘째 문단에서도 살짝 언급을 했지만, 고고학이 흔적을 추적해 가는 과정인지라,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저자도 그 점에 대해서 인지하고서 책에서도 언급을 했다. 이를테면 어느 지방에서 발견된 유골이 현대 한국인의 체형과는 전혀 다른 서양인으로 판명되었는데, 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분분했다는 등이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며 여러 요인들을 신중히 살펴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