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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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23:37
버스트
A. L.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김명남 옮김, 동아시아
"Link" 이후로 바라바시가 들고 나온 책이다. 연결망 이론으로 어느 정도 자료를 축적한 바라바시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도전했다.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한가". 바라바시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 나갔다. 일단 확인 가능한 자료부터 찾았다. 본인이
이메일을 쓰는 패턴, FBI가 추적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 미국의 지폐 추적 사이트, 중세 동유럽에서 일어난 십자군 운동과
민란. 책 주제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소재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참고로 바라바시는 루마니아계 헝가리인으로 "드라큘라"로
유명한 트랜실바니아 출신이다.
이 책은 학문을 연구할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표준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바라바시는 문제의식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을 머리 속에 담고서 끊임없이 관련 자료를 찾는다. 한 방법론에 의존하지 않고 검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두 동원한다.
그리고서 조심스레 결론을 내린다. 물론 결론이 날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는데, 바라바시는 몇 년간 꾸준히 추적을 해서
그 원인을 밝힌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간의 행동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딱 한 사람, 예외적으로 전 세계를 움직이는 설치
미술가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는 "기존에 움직였던 동선 정보가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바라바시의 연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어? 그거 당연한거 아냐?"라는 의문도 들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 움직이는 동선은 매우 단순하고 1주일의 패턴이 거의 비슷하다. 가끔 주말에 놀러
나가는 패턴을 가졌다면 주말의 패턴과 평일의 패턴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그 직장인이 앞으로 1년 뒤 오늘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어디에 있을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특별히 예외적인 사람이라면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힘들 것이지만, 일반인이 움직이는 형태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사회 연결망을 통한 분석은 항상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는 쉽게 설명이 가능한데, 미래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긴가민가이지 않겠나. 복잡계 과학과 사회학
등을 이용하면 바라바시의 연구 주제도 언젠가는 쉽게 풀릴 지 모르겠다. 매우 흥미로왔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