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살인사건 16가지
이수광 지음, 다산초당
저자는 독특한 곳에서 독특한 코드를 발견하여 독특하게 책을 썼다.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있었던 살인사건들을 재조명하여 현대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서양 영화에서는 우리가 중세 시절을 얼추 짐작해서 볼 수 있는데, 정작 우리는 포도청에서 어떻게 심문을 받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기껏 중국 영화를 보면서 우리것을 짐작하거나 20여 년 전에 제작된 우리 영화를 보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진면목과는 상당히 달랐다.
이 책은 "무원록"과 포도청 일부 기록을 바탕으로 썼다. "무원록"은 시체를 검시할때 지침서 비슷하게 나열된 서적인데,
"억울함을 없도록" 한다는 취지에 맞게 시체가 사망 당시 증거를 보여주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별순검"이나 "다모" 등과 같이 연계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권문세가가 살인을 하면 당장
형벌을 받지는 못한다. 임해군도 그랬고 허적의 서자도 그랬다. 하지만 당대에는 몰라도 이 책에서 제대로 짚고 있는 것은 그렇게
죄를 지으면 언젠가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임해군은 왕위에 오르지 못했고 허적의 집안은 몰락했다. 지금도 요즘 시대에
권력을 믿고 순리를 벗어나 행동하려는 세도가와 그 일가들이 많다. 역사가 증명하지만, 결국은 어떻게든 벌을 받게 된다. 오히려
권선징악을 여기서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조선시대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 있어서 고려시대보다는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전에 읽었던 "전쟁과 역사"에서 파리목숨보다 못한 고려 백성들의 생활상보다는 이 책 속에 있는 조선 백성들의 좀 더
나아보였다. 아무래도 왕조가 통치 기반을 견고하게 만들다보니 사회가 좀 더 안정적이게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