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아 있는 자 전두환
고나무 지음, 북콤마
한 사람을 끈질기게 추적해 온 기자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또한 책을 어떻게써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전두환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면서 5.16 군사쿠데타에 동조했고 박정희 뒤를 이어 12.12쿠데타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을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태우 정권을 끝으로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란 등으로 기소되어 역사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살아 있는 전 대통령이 미친 영향을 고스란히 다 받으며 살고 있다.
저자는 의문을 품었다. 과연 우리는 심판을 제대로 했는가. 그 뿌리를 제대로 캐냈는가. 책을 계속 읽다보면 제목이 전해주는 섬뜩한 느낌에 온 몸이 떨릴 것이다. 그렇다.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있다. 전두환은 쿠데타를 통해서 이전 세력을 말끔히 씻었다. 부정축재자라는 명목으로 이전 정권 하에서 잘 살던 자들을 모두 "정리"하였다. 그리고서 그 빈자리에 자신과 그 일족 그리고 수하를 심었다.
1990년대 역사를 올바르게 세웠다고 느꼈지만 과연 우리는 전두환이 박정희 세력을 "청소"하듯 청소했을까? 전혀 그렇지 아니할 것이다. 저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제목에다 심었다. "아직 살아 있는 자". 작금의 상황을 보면 전임 대통령들 중에서 아직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는 오로지 그뿐이다. "아직 살아 있는 자".
탐사보도는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진실을 밝혀도 대한민국에서는 "정의"로 연결되지 않는다. "정의"는 단죄로 이어져야 한다. 그 연결이 없다면 진실은 오히려 불편해 질 것이다. 2013년에 저자가 쓴 책인데, 그때 읽었더라면 2015년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 같다. 2015년 현재, 이 책을 읽는다면 저자가 보여주는 그림에 한편으로 절망하면서 한편으로 역사라는 수레바퀴는 계속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민주주의도 모르고 "자유"는 그저 "한국식 민주주의" 속에서 "제한된 범위"에서 누려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살고 있다. 그런 나라가 제대로 민주주의를 하려면 역시나 시대가 좀 더 흐르고 갈등이 커져서 한번은 터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