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읽's comment :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의 자서전입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었던 인물이 국가 내외의 정세를 어떻게 이해했고, 그래서 어떤 결단을 내리고 행동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본인이 직접 쓴 자서전을 읽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특히 노무현이 스스로도 얘기하듯 어째서 '실패'했던가를 반추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자서전이란 점에서 여타 다른 '영광스러운' 자서전과는 색다르게 읽힙니다.
으레 정치인의 자서전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인 정치적 상황과 신념 등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간주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자서전도 그런 사료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윗 인용구에서 보듯 이 자서전에 실린 내용들은 모두 어떤 일관된 맥락 하에 선택된 것이다. 그래서 역으로 어떤 내용들이 자서전에 실릴 내용으로 선택되었는가를 살펴 보면 책 이면에 흐르고 있는 그 맥락을 읽어낼 수 있다. 우선 이 자서전은 스스로 실패한 대통령임을 자인하는 내용과 함께 시작된다. 노무현의 말대로 이 책은 '시행착오와 좌절과 실패의 이야기'다. 먼저 성공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노무현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남의 눈에 신경쓰기보다 스스로에게 당당하고자 했던 노무현의 태도가 불과 한 페이지를 두고 극명하게 바뀐다. 노무현 자신이 피의자가 된 직후의 일이다.
이 구절에서 느껴지는 것은 희망 없는 절망뿐이다. 이렇게 한 페이지를 두고 태도가 바뀌는 모습에서 이 자서전의 특징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책 속 내용이 동일한 시점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시시때때로 남겼던 자필 원고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결과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래서 각 시점마다 인간 노무현이 느꼈던 고통과 고뇌가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게 되었다.
외람되지만 나는 노무현의 부인이자 영부인이었던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던 일을 두고 노무현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서 이 책 속의 내용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다만 한 곳에서 암시해주는 내용이 있었다.
여러 정치적 사건이나 현안들, 그리고 세력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노무현의 감상이나 논평에 포인트를 두고 이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노무현을 궁지로 몰았던 사건들에 대해서나 김영삼, 김대중, 이회창, 이명박, 문재인 등의 정치인들에 대해 노무현이 받았던 인간적인 느낌이 어땠는지를 흥미롭게 읽었다. 하지만 본디 자서전이란 정치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역시 한 인간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도저히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운명'이란 단어까지 끌어 쓰게 만들 정도로 노무현을 체념하게 만든 그 아득한 답답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