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황하와 장성의 중국사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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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7 01:27
말과 황하와 장성의 중국사
니시노 히로요시 지음, 김석희 옮김, 북북서
이 책은 읽다보면 참 어이없다. "중국사"라고 해서 역사책인줄 알았더니 저자가 "중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저자가
"중국인"인줄 알았더니 또 일본인이다. 머 거기서 끝나면 괜찮은데, 이 책에 나온 지도가 좀 이상하다. 이상하게 요동 요서
지역이 짧다. 그래서 만리장성이 압록강 근처까지 올려고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해도 그럭저럭이다. 중요한 건 책 전체 서술
구조가 이상하다는 점이다.
첫째로 보자면, 이 책은 은근슬쩍 중국을 비하하고 있다. 유목민 때문에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산 중국이 장성에 의지하여 북방
유목민족을 막았다는 투로 서술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의 장성들이 "이민족을 막기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
지역간 다툼으로 인해서 시작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저자가 역사학자가 아니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둘째로, 몽골족의 세계 정복을 칭찬하면서 그 "말"을 높게 쳤다는 점이다. 한무제가 "한혈마"를 얻기 위해서 서역 원정을 했다고
정의를 내렸다. 그런데, 이게 말이 되던가. 한무제가 서역으로 군대를 보낸 것은 흉노를 견제하고 중앙 아시아 지역과 제휴를 맺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셋째로, 책 중간중간에 불편하게 보이는 "히틀러의 소련 원정 실패"라든가 "나폴레옹의 실패"를 예로 들었는데, 저자는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에 북으로 만주에서 남으로 동남아까지 진출하여 보급 문제로 실패한 사실은 애써 눈 감으려 했다.
읽다보면 종이 낭비란게 이런 것이다 생각이 들었다. 앞서 읽었던 "고구려, 전쟁의 나라(서영교 지음, 글항아리)"의 사관이 이
책의 저자처럼 일본 중심의 식민사관과 흡사하다는 것에 놀랄 뿐이다. 똑같이 외국인이 지었는데, 이 책 저자보다 월등히 나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줄리아 로벨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