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택동이 생전에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어구 중 하나란다
교보에서 괜찮은 모택동 평전 한 권 찾으려던 중
잠깐 옆 소설 코너로 한눈 팔았다가 한 눈에 다 읽어 버렸다
제목 보니까 선동적인 느낌도 물씬 나고
더하여 작가도 중국인이길래 픽션 사극이리라고 짐작하여
딱딱한 기행록보다는 훨씬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서 집었으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구절은
반어적인 차원을 넘어 풍자적이기까지한 표현이었고
삶이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기반이 되는 육체적 & 심리적 사랑의 조화를
인간 생애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전제하여
본래 '인민을 위한다'는
발생학적인 기원을 망각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존엄성과 사랑마저 침해하는
눈치 없고 철딱서니 없이 성실하고 순수하여
앞뒤 가리지 못하고 언제 무슨 짓을 할 지 예측할 수 없는
혁명이라는 미숙한 소년을 성숙한 여인의 입장에서 타이른다
물론 보는 각도에 따라 삼류 소설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철저히 사실에 입각한다고 명시해 놓고선
주관적인 각도에서 자신의 사상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
진짜 삼류 인물 평전들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고 본다
비록 인간 생애의 궁극적 목적이
육체적 & 심리적 사랑의 조화로 귀결된다는
작가의 극단적인 사상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여느 역사 소설들이 그렇듯
통사적인 기법을 이용하여 수 십 개의 사건을
인과관계에 따라 분석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공시적인 일상 속에서 인간들이 느끼는 감성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당시의 거시적인 시대적 배경과 접목시켜
표면적 사실이라는 허상에 가려진 심층적 흐름을 제시해 줌으로써
역설적으로 당시의 시대를 가슴에 사무치도록 체감할 수 있었고
중국의 근현대사를 보는 관점도 확장시킬수 있었다
나아가 소설의 내용 자체만을 두고 생각한 바와는 별개로
작가가 작품 전체를 걸쳐 강조하고자 하는 주지의 영향으로
인간 생애의 목적에 대해서도 한 가지 방향성을 더 고려하게 되었다
존엄을 위해 충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