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관가의 창고를 지키는 말단 관리에 불과헀으나
한 순간의 깨달음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기로 결심한 후
차근차근 철저하게 실력과 경륜을 쌓아
끝내는 세 치 혀로 수많은 영웅들을 설복시키고
최강국 진나라의 재상까지 오른 이사의 이야기
일개 유세객의 신분에서
스스로 쌓아올린 내공만으로 위대해진 인물
<史記>를 읽을 때 워낙 관심있게 지켜본 터라
언젠가 이사 한 사람만 다룬 소설도 접해보려고 생각했었다
들고있는 내내 숨이 막힐 정도로 흡인력있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상대의 심리를 꿰뚫고
이에 미래의 몇 십 수를 내다보며 현재의 언행을 결정하는
치밀한 정치적 전략의 정수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시사각각 바로 앞의 수만 보면서
참 단순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아쉬움도 느꼈고
꼭 정치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 속하게 되더라도 큰 도움이 될 만한 처세술의 실마리를 발견한듯 하다
특히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이사와 대비하여 감(甘)이라는 인물의 일생이다
그의 여타 능력은 이사에 못지 않았으나
상황판단/종합능력과 심리 파악 능력은 많이 부족했던 터라
최종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사에게 악용당하지만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조금도 깨닫지 못한 채
스스로를 옭아매어 결국 파경에 이른다
한 사회/한 세상을 순탄하게 통치했던 공신이라 평가받고
이에 위인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이는
결국 뛰어난 처세술까지도 겸비한 인물이라는 짧은 시사
어찌보면 이사를 간웅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국가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여 이용당하고 종래에 토사구팽당하는
마냥 순진하여 이름없이 사그러지는 민들레는 불쌍할 따름이나
고혹스럽게 붉은 색채와 치명적인 향기로써
쥐고있는 이라면 누구든 헤어나지 못하게 중독시키지만
크게는 한 사회/세상을 순탄하게 운영되도록 주도하고
작게는 누이 좋고 매부 좋게끔 하는 장미에는 도취될 따름이다
민들레는 자신을 관철시키고 장미는 상대를 유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