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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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1 17:13
조선시대 해외파병과 한중관계
계승범 지음, 푸른역사
매우 학술적인 책이다. 저자가 논문으로 쓴 내용들을 책으로 풀었기 때문에 쉽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재미가 있다. 이제까지 이 땅의 역사를 "해외 침략 한번 없이 당하기만 했다"고 주장하는(혹은 그렇게 세뇌되었던) 사람들에게는 "하다못해 조선도 해외 파병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줄 것 같다. 물론 그게 정복 전쟁이 아니고 억지로 군사를 보내달라는 파뱅이 많았던 점은 흠일 수도 있겠지만.
조선은 명분이 약했다. 아무리 용비어천가로 떠들어도 전 왕조를 압박하여 양위 받았으니 정통성 면에서 대국이라는 명나라에 얽맬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종때까지만 해도 이용하기 위해서 사대를 했었던 조선이 왕 스스로도 명분이 없었던 중종때부터는 "진심으로" 사대를 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라고 보았다. 혹자는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임진년 전쟁에서 명이 파병을 해 준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는 "순망치한"의 원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국제 관계에서 의리가 어디 있던가. 임진년의 일은 1950년 일어난 전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미국에 대해서 맹목적인 사대로 나타난 것이다.
거란의 침입을 적극적으로 막던 고려시대의 기상은 다 어디가고 임진년 전쟁 이후 조선 멸망때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사대 습성이 있으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읽다보면 저자가 입 밖으로 내 놓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2011년 초에 "혈투"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광해군 11년에 명의 요청으로 파병된 조선군 낙오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로 광해군은 파병을 미루다가 어쩔 수 없이 강홍립을 사령관으로 하여 약 1만명을 보냈는데, 3천 여명만 살아 남고 나머지는 청나라 군사들에게 몰살당했다. 지네 나라 병사들이 객지에서 죽고 있는데도 자식을 군대 보내지도 않은 병신같은 지도층은 명분이니 대국이니 따지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