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
이창위 지음, 궁리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동양에서 한때 유일하게 제국주의를 내세우며 다른 나라를 침략했으면서도 자기네들은 침략이 아니라 공영을 위해서 근대화를 도와주었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는 나라.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 감정적인 대응으로 인해서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나라. 그렇기 때문에 이 책 "우리의 눈으로 본 일본제국 흥망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책에는,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냉철한 역사 평가가 담겨 있다. 특히나, 우리의 눈이지만 우리를 배제한채 객관적으로 서술을 한 면이 매우 돋보이고 또한 일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았고 "왜" 일본이 그렇게 광기어린 폭주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미국이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만 알면 뭐하는가" 바로 그렇다. 일본은 지금도 태평양 전쟁에서 자기네들이 핵폭탄을 두발 맞았다 하여 피해 당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네 인구 몇 십만이 죽은 사실에 대해서는 광분하면서 침략 전쟁을 통해서 몇 백만, 몇 천만이 엄청난 피해를 겪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사과가 없다. 정작 일본인들은 여전히 왜곡을 일삼고 있는데, 우리 눈으로 객관적으로 본다 한들 무슨 변화기 있을까 싶다.
그 다음으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부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인물이 배후에 있었던가. 일본 총리들도 군부의 압력에 의해서 퇴진하고 또 심지어 일본왕까지도 군부의 압력을 받았다는데, 과연 그 주도세력은 누구이며 그 세력은 또한 전범 재판에서 제대로 처벌을 받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지금 우익의 배후에 있는 세력에 대해서 말을 못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는, 일본 왕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히로히토가 유약하고 우유부단하기 때문에, 또 군부가 협박을 했기 때문에 전쟁으로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일본의 최고 책임자로서 분명히 인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의 이해관계에 의거하여 일왕제가 계속 존속이 될 수 밖에 없었으니, 어찌보면 미국은 태평양 전쟁을 통해서 승리를 해도 자기네들의 이익에 따라서 전후 질서를 재편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시원한 책이다. 다만, 근대사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 이 책에서는, 오키나와(옛 류쿠국) 주민들이 대다수 희생된 일본 본토 방어작전 때문에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와 미국에 대해서 감정이 안 좋다고 했다. 이 점에 유념을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