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 역사의 혁명가 시대의 이단아
박은숙 저 | 너머북스 | 2011년 06월 03일
19세기 조선을 뒤흔든 사건이 "갑신정변"이다. 그 갑신정변의 핵심 인물은 촉망 받는 사대부 가문 출신의 김옥균과 그 주변 세력이다.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역모라 했던 그 이전의 반정들과 달리 쿠데타 아닌 쿠데타였던 갑신정변은 말 그대로 "정변"이 되었다. 그 정변의 핵심 인물인 김옥균에 대해서는 20세기 넘어와서야 재조명되기 시작하였고 우리 입장에서는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건인 셈이다. 이에 저자는 김옥균을 재조명하고 그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기록하면서 갑신정변과 김옥균을 재평가 하고자 했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김옥균이라는 사대부가 왜 정변을 생각하게 하였는지도 설명하였고 또 성공/실패 요인도 잘 설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김옥균이 정변을 일으킬 당시의 조선 상황도 생생하게 전달을 하였다. 정변을 꿈꾸었으니 역사의 혁명가이고 그 시대에서는 정통이면서 다른 길을 택하고자 했으니 이단아인 것도 맞다. 저자가 실패 원인들을 잘 설명하였는데 제일 큰 실패 원인은 김옥균이 "고종"을 잘 몰랐다는 점이다. 고종이 왜 "우유부단한" 인물인지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정변을 통해서 우유부단한 고종을 압박하려했지만 그런 인물일수록 압박 당하면 더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갑신정변 이후 한일합방까지 고종과 김옥균이 많이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김옥균의 갑신정변으로 인해서 오히려 고종이 보수로 돌아서서 나라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사를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현실 세계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생각하자면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이 미국 흑선의 압력으로 개항했어도 내부적으로 축적한 부가 막대하고 국가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근대화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보면 조선은 부 자체는 축적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는 계급 체계가 안정되어 갈등을 해소할 의지가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답답한 김옥균이 정변을 일으켰으니 사소한 불씨는 될 수 있겠지만 그게 전체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 어쨌건 신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