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붕괴
드리트리 오를로프 지음, 이희재 옮김, 궁리
러시아 출신이면서 미국으로 이민 간 저자가 구 소련 붕괴와 현재의 미국을 연관지어 설명을 했다. 따져보면 매우 뻔한 내용인데 읽으면 그게 또 색다르게 다가온다.
문명은 발전하지만 인간은 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관점이나 미국의 가치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소비 체계는 자원을 소모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원이 없어지는 순간 인간의 삶은 매우 피폐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구 소련이 붕괴를 했지만 대규모 폭력사태나 폭동 등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 소련의 체제는 이미 정부가 없어도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생필품 구입을 위해서 자동차를 타야 하니 휘발유가 필수적이다. 구 소련에서는 줄만 서면 생필품을 구할 수 있을 정도이니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이 틀리다고 보았다.
한편으로는 저자의 주장이 지나친게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도 전기가 나가거나 연료가 떨어지면 그보다 더 험하게 살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 책의 주장이 전혀 생뚱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저자는 최근 한국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영리 병원이나 후생 복지 거부에 대해서 냉정하게 설명을 했다. 미국의 의료 체계는 돈이 없으면 전혀 진료를 못 받는 시스템인데 비해 구 소련의 시스템은 돈이 없어도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경쟁 위주로 생각하고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경쟁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경쟁력을 갖춘게 아니니 일부를 위한 사회를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