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팝니다 Outsourcing sovereignty
폴 버카일 지음, 김영배 옮김, 시대의창
이 책은 부제를 참 인상적으로 지었다.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근대의 국가는 정부와 국민 간의 사회적 계약을 기반으로 성립한다. 아니 적어도 서구에서는 그랬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한 국영 재산을 운용하여 국가를 경영한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자가 운영하는 정부가 책임을 지는 일이 없어 적자가 되고 결국은 재산을 팔아 치우거나 부채를 끌어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가 "외주"를 주는 일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부제로 대답했다. "무책임한 정부"만이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자기네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으니 외주를 주어서 운영을 대신한다는 뜻인데, 과연 민간 혹은 민영화가 정부의 책임을 벗을 수 있는 길인가 되물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을 외주 운영 즉 민영화로 시작했다가 다시 사들였다. 물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충당하였다. 애초부터 "민영화"로 좋아질 수 있었다면 그것은 서울시의 무능을 표출하는 것일테고 나빠질 상황에 있다면 적자를 무릎쓰고 덤벼들 업체가 없지 않을까. 대한민국이 온통 민영화 문제로 시끄러운 이때에,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과연 정부는 무능을 숨기기 위해서 민영화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익을 빼돌리기 위해서 민영화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