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비사 Secret of Silver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RHK
이 책은 첫 부분이 "중화 만세"처럼 보여서 끝까지 안 읽었으면 소중한 지식을 놓칠 뻔 했다. 이 책은 화폐로서의 은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설명했다. 중반까지는 사실 좀 재미가 없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중남미의 은이 유럽을 돌아 청나라에 유입되는 과정부터는 매우 흥미진진하다.
무역은 고립된 지역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콜롬부스의 서진 이후로도 전 세계 경제권은 유럽과 아시아가 분리되었는데, 항해술의 발달과 제국주의적인 침략이 본격화된 1800년대부터는 "무역" 혹은 이를 핑계로 한 침략이 성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가 은을 매개로 교역을 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편전쟁 당시 중국에서 은이 빠져 나간 게 아편 대금 지불이 아니었다고 저자가 주장한 점이다. 중국의 은으로 된 화폐에 순도가 높아서 인도산 은 화폐와 맞교환하면서 일어난 투기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명나라가 돈이 없어 망했는데, 황제의 개인 금고에는 엄청난 양의 은이 내탕금으로 쌓여 있었단다. 지배층이란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