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옥당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와 조선의 기반을 다진 태종 이방원. 같으면서도 다른 역할을 한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면서 혁명 동지이지만 결코 편한 사이는 아니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꾼인 저자가 이번에는 이성계와 이방원 이야기를 다루었다.
13세기 몽골이 지배하던 유라시아, 그 영향의 동쪽 끝에 있었던 고려. 대대로 원의 사위 국가였던 고려가 공민왕이 즉위하면서 국제 정세를 파악하여 독립을 진행하였다. 권신과 특정 일족에 휘둘리던 고려가 공민왕을 통해서 변신을 하려 했지만 이미 기울어가는 분위기에서는 대세를 거스를 수가 없었고 또한 "기득권층"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공민왕의 노력이 기득권의 반발로 무너지면서 원과 명 교체기의 국제 정세와 권문세가들의 발호를 감당 못해 결국은 새로운 세력인 무인 이성계가 고려의 중심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정권이 바뀌는 차원이 아니고 나라가 바뀌는 상황에 들어서면서 고려와 조선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성계와 이방원의 관계도 급변하게 되었다. 순탄하게만 진행하려던 이성계는 고려를 조선으로 바꾸려는 이방원이 못마땅했고 게다가 동생들과 수족들을 죽이니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방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라는 바뀌었지만 허약했던 고려 말기 체제 그대로였기 때문에 미래를 보장할 수가 없었고 또 왕권이 안정하다로는 절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방식으로는 몇 대 이상 갈 수가 없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그러니 처남을 죽이고 심지어 다음 왕의 장인도 내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피비린내 나는 작업을 통해서 조선 왕조 자체는 몇백 년이 갈 수 있도록 다질 수 있었지만 가족끼리 죽인 그 업보는 조선이 끝날때까지 지속되었다. 재미난 주제를 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자는 역사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을 자꾸 언급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현재를 살기 위함인데 그렇다고 지나치게 저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입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