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
문숙자 지음, 너머북스
조선 영정조 시절 무관을 지낸 노상추라는 분의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가 그때 당시 사회상과 그 지역의 모습을 기록했다. 무인 노상추는 지금의 경상북도 선산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 왔고 또한 대대로 집안에서 일기를 써 왔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만든 조선시대에 한 집안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 오는 일기가 있다는게 놀랄 일이 아니긴 하지만, 무려 68년이라 썼다는 점은 정말 대단하다. 게다가 일기의 주인공 집안은 문관이 아닌 무관 집안인데도.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조선시대가 문무 양반이 있는데 무관이라 하여 우락부락하거나 무예만 닦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기의 주인공도 과거 시험을 응시하려 했다가 책을 덮고 무과로 바꾸었으니까.)
불과 2~30년 전 일도 잘 모르는 요즘 시대에, 집안에서 내려오는 일기가 있다면 후손들은 얼마나 자부심이 강할까 싶다. 게다가 집안 대소사를 모두 기록해 두어서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잘 모를 경우 참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리와 명분 모두 도움이 되는 일인데, 후손된 도리로서는 얼마나 큰 영광일까 싶다. 게다가 한두 해도 아니고 무려 60년이나 쓴다는 건 보통 노력이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책의 주인공 이후는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20대가 되기 전에 부친이 물려 주어 가문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데, 80때 죽기 전에도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면 "인수인계"가 안되는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박사 논문으로 쓴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인데, 서문을 보면 학문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깔끔하면서도 잘 설명해 놓았다. 연구는 의문을 품고 자료를 찾고 그래서 기록을 하고 그 와중에 어려움도 겪지만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저자가 쓴 서문을 보고 있노라면 "노상추"라는 분의 일기를 찾아 분석하게 된 이유를 적으면서 얼마나 뿌듯했을까 눈에 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