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꿈을 쏘다
정규수 지음, 갤리온
우리나라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오래도록 근무한 저자가 지구 바깥을 벗어나겠다는 꿈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나 이 책은 두 사람이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의 로켓 개발 역사를 볼 수 있어서 지식 측면에서도 솔솔한 재미를 주고 있다.
프랑스의 공상과학 소설가 줄 베르뉴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공상과학 소설을 썼다. 익히 잘 알려진 "해저 2만리"는 그때 당시에 구현되지도 않았던 잠수함으로 대양을 누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대포로 달나라를 탐험하는 황당한 소설도 썼다. 그 소설을 읽은 후학들이 달에 가겠다는 꿈을 꾸었고 거의 100년 만에 그 꿈은 이루어졌다. 독일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와 소련의 오를리오프는 영감을 받아서 꼭 해 보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개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해 낸 것이다.
이 책은 "꿈"에 대해서, 그리고 "우주 산업"에 대해서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꿈과 우주여행은 결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폰 브라운 박사가 우주 산업에 발을 내 디딘지 50여 년이 되었을때 비로소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우주 항공 산업은 독일이 V2를 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자.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을 하면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앞으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 시대를 열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기반 산업과 학문을 키우지 않은 상태라면 갖출 것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섯불리 기대해서도 안되지만 가볍게 도전해도 안되는 것이다. 저자는 관련 업계에서 오래 종사하여 이토록 책을 깊이있게 썼지만 행여나 잘못 오해할까 걱정이 된다. 지난 5년 간 나로호 발사, 우주인 선발 등을 했지만, 과연 우리는 분위기에 들떠서 우주 산업을 바라보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중국의 경우 우주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 1970년대부터 꾸준히 기초 학문과 산업에 투자를 해 왔다. 그리하여 지금은 일본보다 빠르게 자력으로 우주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꿈"을 언급한 이유도 아마 그 뜻일 것이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억지로 성과를 내겠다면,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우주에서 희생을 키울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