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70년, 현대 태권도의 기틀을 다진 엄운규
손천택 , 서성원 지음 | 국기원 | 2017년 10월 31일 출간
10대 때 태권도에 입문하여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태권도로 키운 거인 중 한 명인 고 엄운규 전 청도관장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 구술 프로젝트를 진행할 즈음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실제로 그 결과물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오키나와 당수가 일본에 가서 공수가 되고 그게 지금 태권도의 일부분이 된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라데가 태권도의 전부인양 말할 수도 없다. 1945년 전후로 이 땅에서 싹텄던 우리 무예가 지금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태권도로 탄생한 배경은 이 책 속의 고 엄운규 관장님 같은 분들이 헌신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외길 70년" 동안 다른 길은 보지도 않고 태권도를 위해서 헌신하셨다. 회사에서 일을 해도 겨우 30년 조금 넘고 많아야 40년 정도일 뿐이다. 꾸준히 수련을 하면서 70년을 태권도에 투자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지 않은가.
이 책만 읽으면 잘 모를 수 있는데, 현대 태권도가 탄생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오류와 갈등이 있었다. 이 책 속에는 그러한 "과정"이 압축 집약된 상태로 서술되었다. 특히 1960년대 5대 도장 통합, 1970년대 10대 관의 통합 과정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매우 크게 나왔었다. 그때 어디가 바른 방향인지는 몰랐지만 지금은 무엇이 바른지 증명된 셈이다.
이 책에서, 고 엄운규 관장님께선 김운용 회장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서술하셨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1970년 초반 김운용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태권도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한게 사실 아니던가. 그러니 당연히 호의적으로 서술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이 김운용 회장을 흔들어 내려오게 만든 최근 사태에 면죄부는 아닌 듯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오해를 하고 있는게 아쉬울 뿐이다. 정치 권력을 기반으로 태권도를 장악했다는 오명은 벗겨야 할 것이다.
2017년, 고 엄운규 관장님께선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하고 있는데, 과연 이 분만큼 헌신한 상태에서 깎아내리기나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