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지배 The Rule of Empires
티머시 H. 파슨스 지음, 장문석 옮김, 까치
지배자가 아니라 신민의 입장에서 기술한 제국의 역사이다. 대단한 책이다.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나타났던 제국들 - 로마, 우마이야 왕조, 잉카, 나폴레옹의 프랑스, 대영제국, 히틀러의 제 3제국 등 - 을 분석하여 어떻게 성장하였고 무엇을 위해 확장하였으며 어떻게 망가졌는지 구조화하여 분석을 하였다. 그리고 저자는 제국의 목적이 결국은 신민의 노동력과 자원을 "강제로 빼앗는 수준"과 다름없으며 강탈로 인해 쌓은 부는 오히려 제국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정의내렸다. 그나마 오래 지속된 로마제국의 경우는 (예외없이 모든 제국들이 이랬다고 한다) 문명화를 제시하면서 정당성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들의 수탈 목적에 맞게 변형하게 되었다.
저자는, 제국들이 식민지나 신민을 통해서 수탈을 하면서 끊임없이 확장해 가는 과정이 오히려 제국을 망친다고 보았는데, 제국이 다스리는 땅 외의 지역은 제국보다 덜 발전한 곳인데 어떻게 제국과 동등하게 교역을 하거나 대등한 위치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돈을 지불할 사람이 없는 곳에 기차와 문명시설을 추가 도입하여 식민지배를 강화하지만, 저가 노동력과 자원 이외에 무엇이 과연 제국의 성장을 도왔는지 살펴 보라고 했다. 다소 방대한 양이고 또 번역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나,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기에는 충분했다.
사족으로, 아직도 일제 식민시대에 우리가 근대화를 이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과연 그게 우리에게 수혜를 주기 위한 근대화인지 아니면 수탈을 하기 위한 근대화인지도 모르면서 학자랍시고 떠들고 있다면,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