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은 책을 읽을 때 비판적으로 읽어야한다는 점을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독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저는 일단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 "뭔 소리야?"였습니다. 읽다가 어이가 없어지기도 하고 이 책은 매우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 시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시대 정신도 고려해야하고, 저자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 왜 이런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이유도 생각해보아야합니다. 즉, 저자가 어떠한 영향을 받았고 왜 이러한 생각을 가졌을 수 밖에 없는가, 그러므로 왜 이러한 견해와 생각을 쓰게 되었을까도 고려해봐야합니다. 저자의 직업도 이단 심문관이므로 무시할 수 없고, 앞서 언급한 교황의 정치적 목적(교회의 권위를 끌어올리기 위함)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이 시대에 태어났었어도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 수도, 또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찬성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의 내용은 주로 저자가 성직자이면서 이단심문관 출신임을 감안해서 보더라도, 주장의 대부분의 근거가 종교관과 성경의 구절에서 근거를 둡니다. 주로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이나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는 식입니다. 저는 읽으면서 이 책이 굉장히 주장은 강한 반면 근거가 빈약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교황과 여러 전문가들이 추천하고 공식 교본으로 채택한 책입니다.

사람들은 전문가의 추천이나 인터뷰, 혹은 어떠한 연구 결과를 예시로 첨부했을 때 더 잘 설득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교황과 전문가들의 '인정'은 독자들이 이 책을 더욱 비판없이 읽고 받아들이도록 기여했을 것입니다.(이 부분에서 책은 비판적으로 읽어야한다는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했습니다.) 3년뒤, 그들은 이 책에 오류가 있고 이 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퍼질대로 퍼진 책을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마녀사냥의 희생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또한, 따로 공부해 본 결과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할 때 유대인과 문둥병 환자들이 흑사병의 유포자라고 몰려서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때 유대인들은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마녀 사냥이 그저 죄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사건이라고만 알고 있었지, 그 원인과 자세한 과정, 숨겨진 목적 등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과 마녀를 읽고 지적 호기심이 꽤 충족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 내용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주경철 교수님의 마녀가 내용 이해를 도와준 점이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끝으로, 이 마녀 사냥이라는 행위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할 인류의 흑역사 중 하나입니다. 신께서는 종교 재판관들과 이단 심문관, 그리고 군중들이 벌이는 행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종교라는 이름아래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는 현실

씁쓸하면서도 황당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