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제국의 건설자, 이사

제국의 건설자, 이사

이연승, 물레

획일적으로 만든 역사책을 보다가 이렇게 신선한 책을 보면 역시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간신"과 "충신"만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가끔씩 "충신"이 "간신"이 되고 "간신"이 "충신"일지도 모른다는 사례들을 보면 혼란스럽기 시작한다. 평가는 항상 시대에 따라 다르고 가치에 따라 다른데 역사 편찬 시점의 가치관에 따라 간다는 건 참 바보같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진나라는 영특한 군주 정과 그 휘하의 신하들 그리고 그 이전의 진나라 지배자들과 조력자들이 다진 기반하에서 통일제국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도 특히 순자의 제자인 "이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측간 쥐와 곳간 쥐를 보고서 세상에 뛰어들 생각을 했다는 이사는 어려운 자리를 극복하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그러나 한순간 판단잘못으로 삼족이 멸하게 되었다. 이사가 2세 황제 호해에게 올렸다는 상소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이사가 실질적으로 제국을 건설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으며 또 엉뚱하게 오해를 사고 있는 분서갱유도 이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세상이 합당하게 돌아간다면 아마 이 책의 내용처럼 그랬을 듯 하다.

"환관"이면서 "희대의 간신"의 화신인 조고가 이사를 끌어들일때 한 이야기 중에서, 정말 인상 깊은 것은 "어차피 당신이나 나나 진나라 사람이 아니다. 외부에서 온 사람은 그 다음 대로 권력과 부를 주지 못한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자"였다. 유교적 관점에서 조고와 이사를 간신과 배은망덕한 인간으로 포장하고 후대에 경종으로 삼았지만, 어차피 후대에 역사를 쓴 사람들은 그 현장에 있었던게 아니라 소문이나 흘러 나온 이야기를 듣고서 쓴 것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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