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야기
전태영 지음, 생각의 나무
오래간 만에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현금의 지배"라는 책은 근현대 유럽 역사를 자본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상당히 두터운 책으로, 영국적 관점에서 유럽과 아메리카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시각 상으로 다소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상당히 냉철한 시각에서 정치와 경제 및 국제 관계를 바라보았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세금에 달려 있다. 세금은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금인 동시에, 민심을 돌아서게 만드는 흉기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민란의 원인은 그 근본이 과도한 세금에 있었다. 수양제의 멸망 원인을 "고구려 원정"에 있다고 했지만, 고구려 원정을 하기 위해서 백성들을 동원하고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서 과세를 심하게 하였으니 결국 백성들의 불만이 거기에서 나온게 아닐까. 원정을 할때 백성들에게 돈을 많이 줬다면 불만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고 공사에 동원해도 돈만 풍족히 주었다면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중요한 국가들을 선정하여 그들이 세금을 통해서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쇠망해 갔는지를 조목조목 알기 쉽게 설명했다. 로마 제국의 성공과 실패도 그 이유를 세금에서 찾았고 영국의 민주주의 발달도 결국은 세금 징수에 대한 불만과 그에 대한 개선이라고 보았다.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과 미국의 독립 역시도 세금의 관점에서는 매우 명확했다. 심지어 19세기 미국의 내전 역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깔끔하게 해석해 주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현재 문제도 세금 문제로 풀 수 있다고 보았다. 책 말미에는 이제까지 존재했던 세금들의 종류를 나열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가볍게 생각해서 봐도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심각하게 혹은 진지하게 살펴 보아도 이 책은 참 잘 쓴 책이다. 가급적이면 위정자들과 정치인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