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해전사
이민웅 지음, 청어람미디어
임진왜란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현역 군인이 박사 논문으로 쓴 내용을 더 확장하여 책으로 냈다. 이제까지 임진왜란에 관련한 책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책이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매우 훌륭하다". 1991년 경, "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나이다"라는 책을 통해서 미화된 영웅 신화를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꼭 "해전"만 나열하지 않았고 그 시대를 살짝 펼치고 또 주변 환경을 설명해 줌으로써 좀 더 정확하게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원균에 대한 오해
누군가를 높여야 한다면, 그 반대에 있는 사람을 죽여야 했다. 이제까지 그 대상이 원균 장군이었다. 그걸 과감하게 깨 버린 사람은 소설가 김훈이었다. 원균이 결코 비열하고 능력없는 사람이 아니라 용장이었고 또 선조의 총애도 받고 있었다 했다. 헌데 소설보다 이 책이 먼저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책에서 원균에 대한 오해를 좀 더 확실하게 풀었다.
원균은 "용장"이다.(이었다고 한다) 다만, 저자가 말하길 해전에 대한 경험이 짧았고 평상시에는 군사들을 잘 다루지 못해서 전투할 때에는 부하들이 따르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비열한 원균" 장군에 의해서 "성웅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받았다. 헌데, 소설에서도 그렇지만, 의견 충돌은 어디에서나 있는 법이고 그걸 조정하는 것은 "총사령관"인 선조가 해야 할 일이다. 삼도수군 통제사 교체는 선조의 결정이다. 이 책에서는 어찌하여 교체까지 이루어져서 "칠천량 패전"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었다.
지도층/지도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저자는 현역군인이다. 병법에서도 전장에 나가 있는 장군에 대해서는 왕이 간섭하지 못한다 했다. 아마 저자가 나중에 군사령관이 되어서도 이 책의 내용처럼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서로 믿음이 없으면 의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선조는 아주 못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고 야전 총사령관을 지체없이 교체해버렸다. 그렇게 못 믿었던가.
그리고, 지도자가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백성들이 온 몸으로 침략을 받아낼때 지도자란 것들은 겨우 망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지도층은 유사시에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다 정했을 것이다. 이 땅의 백성들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 자각하라. 아직도 국내에서만 정쟁할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임진왜란에서 정신을 못 차렸으니까 병자호란에서 호되게 당했다. 왜 잊어버리느냐.
전시 작전 통제권의 중요성
그 옛날에는 잘 몰랐었으나, 유심히 보라. 지금 우리는 아직도 전작권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 미친 놈들은 전작권을 가져 오지 말자고 한다. 전작권이 없어서 왜구를 마지막까지 추격하지 못했던 과거를 몰랐던가. 이 책에서 보라. 정유재침시에 지원왔던 명군이 오히려 뇌물을 받아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못하여 오히려 살려 보냈었다. 그때 당시에 명군이 전작권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짐작하면, 지금 이 현실이 과연 우리에게 맞는지 보라. 현역 군인의 입장에서 쓴 이 책을 보면, 과연 전작권을 "가져 오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
정보가 필요하여 책을 펼쳤는데, 정말 뜻밖에 재미나고 또 눈을 틔워주는 사례를 보았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선조와 신하들이 당쟁에 빠져서" 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였다. 엄밀히 말해서 정말 "당쟁"이었다면 조선 시대는 그 자체가 쓰레기 왕조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품지 못하고 아직까지 그 여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역시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은 현실 인식에서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