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캠벨 짓고 이윤기 옮김, 대원사
조셉 캠벨. 이 책은 "신화의 세계"를 쓴 조셉 캠벨이 지었다. "신화의 세계"를 읽으면서 어찌 그렇게 실망을 했었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조셉 캠벨이 대단하다는 말을 이제사 실감하게 되었다.
신화는 어느 인간이나 신기하게 접근한다. 접근이 신기하다는 점은 그만큼 신화가 인간의 관심을 끌만한 요인이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런데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또 여러 유형을 분석하여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 것은 캠벨만의 독특한 학문 영역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전에 친구들이 캠벨을 읽으면서 대단하다고 한 점은 바로 비교신화학의 영역이었고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처럼 프로이드의 심리학과 연계하여 인간에게 보편타당하게 존재하는 점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원제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인데 이를 "세계의 영웅 신화"라는 한국명으로 바꾼 것도 특이한 점이다. 신화에는 영웅이 존재한다. 신화 속에서 영웅이란 존재는 강인한 종족, 민족 혹은 인간의 대표적 표상이다.
신화란, 엄밀하게는 있을 법 하면서도 아예 없지도 않은 그런 밝히기 힘든 아주 오랜 옛날 이야기이다. 그러니 신화에서 신이 나와서 세상을 구제한다고 한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힐 길이 없고 또 밝힐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그 근거를 찾을 길이 희박하다.
그런데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의식 세계 속에서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심리를 탐구하고 그 속에서 구전된 신화를 비교함으로써 어느정도 원초적인 것을 탐구할 수는 있다. 캠벨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였고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영웅의 모험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동화책 속에서 보아 왔던 영웅의 일생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나타내 준다. 그리고 우리가 영웅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마음 속 깊은 곳에 잠겨 있는 심리학적 이유로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 속에 영웅을 담고 있고 그 영웅처럼 행동을 하고 싶어 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약하다. 태어난지 몇년이 지나야 겨우 뛰어다닐 수 있지만 스스로 먹이를 찾지 못할 정도이다. 그런 인간이 아버지라는 존재, 어머니라는 존재를 뛰어 넘어 새로이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수많은 난관이 있다. 결국 인간은 개개인이 영웅이 되는 셈이며 그 의식을 마음속 저 깊은 밑바닥에 두고 있는 것이다. 오이디퓌스 컴플렉스, 엘렉트라 컴플렉스 등등.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지의 원주민 신화까지 채집한 캠벨의 노력이 무척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 다음 부분은 우주 발생적 순환이다. 탄생에서부터 변모,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과정을 서술했다. 물론 각 단계별로 어떤 영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변해가는지조차도 자세하게 서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이토록 은근슬쩍 넘어가면서도 빼먹지 않는 캠벨의 저술에 놀라울 뿐이었다. 물론 번역을 한 이가 이윤기씨라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음도 부인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있다. 신화의 유형별로 분석한 점은 좋은데, 그렇다면 과연 전 세계에 퍼져있는 신화는 서로 어떠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캠벨이 여운으로 남긴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다시 탐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