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쓰고 김석희 옮김, 한길사
- 이사벨라 데스테, 루크레치아 보르자, 카테리나 스포르차, 카테리나 코르나로.
사람마다 현상을 보는 눈은 다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현상을 보는 건 얼마 안 남은 자료와 그리고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상상력이 전부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탈리아의 역사에 대해서 글을 썼고 이탈리아인의 생활 이야기를 썼다. 다시말해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탈리아 인이 아니면서 이탈리아라는 현상과 실재와 그 과거를 보고 썼다.
르네상스 시대, 이 시대는 분명 세상이 많이 바뀌는 시대였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유달리 이 시대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이탈리아라는 한 나라의 역사를 살펴 보면 시오노 나나미가 관심을 가진 시기는 크게 두 시대이다. 하나는 막강한 제국이었던 로마시대, 그리고 하나는 다시금 이탈리아 전체가 역사에 떠오른 르네상스 시대. 유달리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다간 여걸들의 삶에 주목을 한다. 이 책 "르네상스의 여인들"은 격동의 14-15세기 이탈리아를 살다간 여인 넷에 대해서 시오노 나나미가 나름대로의 분석과 평가를 곁들여 썼다.
기실 시오노 나나미는 순진한 소녀가 이상향에 대해 그리듯이 남자들의 이야기인 "체사레 보르자"와 "나의 사랑 마키아벨리"를 썼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였던 거 같다. 그래서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쓰지 않았나 싶다.
이사벨라 데스테, 루크레아치아 보르자, 카테리나 스포르차, 카테리나 코르나로.
이 네 여자는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다. 웬만한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한 카테리나 스포르차 같은 여자도 있고 자기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정치의 희생물이 된 카테리나 코르나로 같은 여자도 있고 오라버니의 정치적 희생물이 된 루크레치아 보르자도 있고 어떠한 일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공국을 지킨 이사벨라 데스테 같은 여자도 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라는 이름으로 그 지역이 통일된 것은 불과 150여 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로마 제국 붕괴 이후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생기고 없어지고 하여서 어느정도 정리가 된 것이 14-15세기 이탈리아다. 굵직한 공화국, 공국, 왕국들이 로마 교황령 근처에서 나름대로 정치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권모술수와 계략은 어느때보다도 사람을 상처받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진흙탕 같은 그 시기를 그래도 아름답게 만든 사람들은 바로 이 네 여자가 아닐까 싶다. 특히 이사벨라 데스테는 르네상스시대의 문화를 부흥시키고 수많은 예인들을 보호하여 유럽 전체로 번져나가는 르네상스의 기운에 불을 붙인 사람이다. 혹자는 질투와 시기를 통하여 시대를 살고 갔지만 나름대로 창조와 보호를 통해서 시대를 살찌운 사람도 있다는 건 후세를 사는 우리들이 행운으로 여겨야 할 점이다.
시오노 나나미. 이 아줌마가 이 네 여자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 그건 그 시대에 살았던 이 여자들이 현세의 우리에겐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이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나름대로 관점으로 우리에게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한번쯤은 시대를 살아가는 아픔을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