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재미있는 李朝野史 이야기



이영재 엮음. 박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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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열악했던 우리 근대사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993년에 간행되었다. 그나마 민주화된 시기에 발간된 이 책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식민사관과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내용을 아주 충실히 담고 있다. 도서관에서 나름대로 역사서적을 한권 보려고 꺼내들어 "재미있는 이조야사 이야기"라고 하길래 뭔가 응응응하는 내용이 있을것으로 추측하였으나, 어디 그런 내용이 있던가.

이 책, 제목부터가 사기이다. 우선 "재미있는"의 이 멘트부터 빼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가. 제일 첫장이 "풍신수길" 이야기이다. 무엇이 재미있는가. 풍신수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가. 이 책의 서문은 "다시는 가슴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자"로 끝난다. 그게 과연 "재미"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다음으로 "이조야사". 이씨 조선의 야사만 모은 책으로 짐작할 수 있으나, 이 책의 내용은 임진왜란에 대한 것이다. 그럼 이것이 무슨 이씨 조선의 야사인가. 행여 임진왜란에서 있었던 야사를 기록한 것이면 몰라도 이씨 조선 전체에 대한 야사를 기록하겠다고 책 제목에 적었다. 그러나 내용을 빼보면, "이씨 조선"이 아니라 임진왜란 때, "야사"가 아니라 거의 "정사"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 흥미거리를 주어 즐겁게 읽게 하는 것이 이야기 아니던가.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역사서에 가깝다.
당최, 이런 글을 누가 지었을까 봤더니, 지은 것이 아니라 "엮음"이다. 이 책을 엮은 분은 나름대로 한 글 하시는 분인데, 왜 이런 책을 이렇게 지으셨는지 모르겠다. 문인협회에 계시다는데, 1993년이면 우리나라가 힘들때도 아닌데 왜 엮었을까. 차라리 "임진왜란 이야기"라고 지었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내용? 더 열악하다. 원체 우리가 1980년대 중후반까지 민주화를 하기 이전에는 독재정권이 식민지 잔재를 벗지 못해서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의식을 주고 수동적인 국민성 양성에 한몫을 해 왔기 때문에, 대다수 역사서적은 자주적 행동을 보여주는 내용보다는 피동적이고 당해왔고 그래서 정부가 하는 일에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꼴이다.
선각자가 하나 있는데, 10만 양병설 주장했더라, 근데 무시 당해서 엉망되었더라. 누가 일본 갔다왔는데 전쟁준비한다고 했는데, 무시했더라 등등등. 특히 애초에 시작이 조선은 사대교린정책으로 줏대나 자주성보다는 어디 큰나라에 기대어 사는 것을 더 좋아했다더라로 하니, 이 책 내용은 안봐도 명약관화.
특이한 것은 이순신장군을 추켜세움이다. 혹자는 박정희대통령이 이순신장군을 군인에서 "성인"(성웅) 레벨로 올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순신장군을 추켜세우고 원균을 역적으로 만듦으로써 좀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하여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택도 없는 소리라고나 할까.
이순신장군을 내세울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본인이 생각하건데, 첫째, 우리 민족은 남이 잘 되는 현상을 그냥 보지 못한다고 강조하려고. 이순신장군은 모함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모함이 아니라 일을 처리하지 못함에 있어 깔끔하지 않았기에 그 잘잘못을 짚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이런 풍토는 이미 태조시대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이 부분은 지방행정관이나 혹은 관리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여 공정하지 못하게 막고자 했었다. 특히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많이 주도하였다. 물론 조선시대 중후반부에 와서 당쟁으로 비화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조선시대 중에서 임진왜란에 맞추어 보면 우리 민족은 이간질하기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몰아세우기 딱 좋은 사실이다. 둘째, 임진왜란때 이순신장군 외에는 큰 공을 세운 사람(인물)이 없다고 매도하기 위해서이다. 잘 생각해보라. 이순신장군의 공로가 크기는 하지만, 임진왜란의 초기 1~2년 이후에는 관군도 왜군과 거의 대등하게 싸운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왜군이 잠시 물러간 후 정유재침을 했을때, 왜군은 겨우 경상도 일대만 점령을 하고 말았다. 나머지 지역은 이미 왜군이 관군과 의병에 의해 축출되었다. 현대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장군 한명이 특출나게 잘해서 전쟁에 이기는 일이 있겠는가. 그랬다면 계백장군은 백제를 살렸을 것이다. 조선이 임진왜란 때 신무기에 당황을 하였으나 정유재란 이후에는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을 가지고서 충분히 왜군을 압박하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군이 심리전을 이용하여 이순신장군을 모함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식민사관에 의해서 조선시대 임진왜란때에는 인물이 이순신밖에는 없었고 나머지는 전부 당쟁이나 하고 백성들 피나 빨아 먹었다고 알고 있다.(적어도 내가 고등학교때까지 배운 것은.)
이렇듯, 식민사관은 암암리에 주먹을 불끈쥐고 비분강개하도록 만들지만, 결국은 패배의식과 민족 분열의식만 고조를 시킨다. 이 책 서문의 글을 읽어봐도 그렇다. "하도 침략을 당해서 너덜너덜한 민족이니 이제는 힘써 일어나자"라고.

실제로 그러한가?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식민사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지만 역사를 제대로 파고든다면, 우리가 과연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당하고만 있었는가 의문이 든다. 조선 초기에 요동 공략을 시도했고 끊임없이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했으며, 왜구를 없애기 위해서 대마도를 점령하기도 했다.(한반도의 역대 왕조 중에서 대마도를 점령했던 왕조가 누가 있는가.) 또, 병역법을 개정하고 안정적인 사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법전을 구축하고 왕권과 신권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았는가. 부정부패와 탐관오리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에도 그만한 부정부패와 탐관오리가 있다. 그럼 지금시대에도 조선과 같이 썩어빠졌고 문약한가? 만약 그렇게 보는 자가 있다면, 역사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알지 못하는 자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마음같아서는 책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서 분석하여 잘못된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러나, 그럴 가치가 없는 책이다. 행여 손에 잡게 된다면 거부하라.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나 역시 서문만 읽었더니 머리가 너무 아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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