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신의 다양한 얼굴
대우학술총서 619
이내주 저자(글)
아카넷 · 2018년 05월 04일
책 제목이 많이 쌩뚱맞다. 제목이 이상하다 하여 내용이 값어치 없다거나 볼 필요가 없지는 않다.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교수 요원으로 쭈욱 복무하였으며 영국 유학을 가서 영국에 대해 공부한 바를 이렇게 책으로 남겼다. 대항해시대 서구에서는 대영제국만한 군사강국이 없었으니 저자가 "군신"이라 한 대상은 대영제국이다. 그 대영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과 그 전의 전략적 변화가 어떠하며 관련 국내외 산업 및 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글로 남겼는데, 그 형태가 하나가 아니다보니 "다양한 얼굴"이라고 표현을 하였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단순화하지 않고 그 모습들을 다 파악하려고 했으니, 그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 물론 내용 역시도 대단하다.
해가 지지않는 나라였던 영국은 19세기말 독일의 급부상에 긴장을 하게 되었다. 전세계 해군력을 다 합쳐도 영국 해군에 상대가 안되었는데 산업화에 성공한 독일이 전함을 많이 건조하면서 해군력만으로 우위를 점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대륙에 간섭을 하지 않던 영국이 해군과 육군의 균형적인 발전을 통해서 군신의 모습을 우아하게 유지하였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참호전과 물량전으로 변하면서 영국도 그에 맞게 변해야만 했다. 저자는 그 과정을 "동부전선파"와 "서부전선파"로 나누어 설명을 했는데, 영국의 변화 과정이 어떤 갈등과 협의를 통해서 진행하였는지도 설명하였고 그 변화가 나중에 제2차 세계대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서술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대로 변신을 못하였다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으로 가지 못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영국 이야기만 있지만 잘 읽어보면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한 분야에서 크게 이익을 보고 있으면 내부 혹은 외부에서 갈등이 나오게 마련이고 의미있는 시기가 지나면 새로운 경쟁자가 나오거나 환경 자체가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전후는 대양에서 "전함"과 "거포" 시대였는데 불과 30년도 되지 않아서 "항공모함" 시대로 넘어갔다. 일본처럼 거함거포를 강하게 주장하다보면 오히려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 한 시대에 정점이라고 생각한 기술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옛 기술이 된다. 바뀌는 상황과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끊임없이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게 이 책의 숨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