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향한 열정
세계 최초로 로제타석을 해속한 샹폴리옹 이야기
레슬리 앳킨스 , 로이 앳킨스 저자(글) · 배철현 번역
민음사 · 2012년 02월 17일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태어나 이집트 상형 문자를 해석한 장프랑수와 샹폴리옹의 이야기다. 책 내용이 너무 좋고 번역도 잘된 편이라 읽기도 수월했다. 무엇보다 문자 해석을 둘러싼 당대 유명 학자들의 쟁쟁한 경쟁을 눈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경쟁자인 토마스 영은 비록 문자 해독 경쟁에서 졌다고는 하는데, 그 외 모든 영역에서는 절대 강자이자 승자가 아닌가. 집안에 재산에 능력에. 어디 하나 모자란게 없는 사람이 이집트 문자까지 해독을 시도했고 또 반 정도는 성공했다. 게다가 그때 당시에도 영국을 돌아다니는 건 기본이고 유럽을 휴가차 여행하는 사람이라니. 누가 로제타석 해석에 대해 "토마스 영이 졌다"고 한다면 진정한 승자가 누군지 다시 말해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55세에 장프랑수와 샹폴리옹보다 먼저 사망한 건 안타깝다.
저자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혼란스런 모습과 함께 나폴레옹의 명성도 엿볼 수 있다. 대혁명 이전의 프랑스는 귀족 중심 사회였고 근대로 넘어오지 못한 사회였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으로 근대화를 이룩했다면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탁월한 능력으로 근대화를 이룩했다. 귀족 학교가 많은 영국과 달리 왕정의 프랑스는 교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듯 하다. 나폴레옹이 통령이 되고 황제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걸 뜯어 고쳤다. 학교와 교육제도 그리고 각종 학술원 설립 등이 그것이다. 이 책에는 그 수혜를 받은 장프랑수와 샹폴리옹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엘베섬에서 탈출하여 파리로 가는 도중에 그르노블에 들른 나폴레옹을 만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샹폴리옹을 기억해서 대화를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샹폴리옹도 대단하지만 나폴레옹은 정말 희대의 영웅이다. 비록 혁명의 이상을 해치고 군주제로 갔으나 영웅은 영웅이었다.
그리고 주인공 샹폴리옹. 한국사람들은 샹폴리옹이 꿈에서 로제타석을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고만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우연보다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 또 무척이나 똑똑했기 때문에 "스스로 깨우치는 수준"에 이르렀고 10대때 이미 교수 자리를 제안 받았으며 국가에서 박사 학위를 주었다는 내용은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른다. 또한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학문에 투자를 많이 하였고 쟁쟁한 학자들과 서로 교류를 했다는 점도 대단하다. 더 대단한 점은 겉으로 보기에 병약한 장프랑수와 샹폴리옹이 나이가 많은 형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형 덕분에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샹폴리옹은 너무도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았고 그래서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 천재가 요절한다는게 이런 걸 수도 있다.
사족으로, 이집트 문자는 중세 시절에 명맥이 끊긴 상황이었다. 기독교와 무슬림으로 양분된 유럽과 이집트가 이전 언어에 대해서 서로 이교도의 산물로 치부하면서 관심을 끊은 탓이리라. 샹폴리옹은 그 단절을 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토마스 영이나 장프랑수와 샹폴리옹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보시면 더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