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던 시절, 페미니스트 일명 여성주의자들은 좀 대하기가 버거웠다. 짧은 숏커트의 머리, 치마를 잘 입지 않는 패션의 그녀들. 학내 투쟁 때는 머리에 빨간 글씨를 쓴 띠를 두르고 여학생들의 선봉에 섰었다. 그런 그녀들의 앞선 행동은 학내 문제나 사회 문제에 대한 뜨거운 열의였고, 용기있는 행동이었기에 부럽기만 했었다. 용기도 의식도 없는 나와는 먼 사람들이라 생각했었고 그렇기에 같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우러르는 마음이 드는 적도 있었다.
그러던 중 선배를 ‘오빠’라고 부르는 내게, 머리에 붉은 띠를 둘렀던 그녀가 ‘여기 네 오빠가 어디있느냐?!’며 강한 어조로 나를 꾸짖었다. 젠더의 평등을 부르짖고 민주주의를 되찾자는 그녀들의 강한 인식과 운동은 옳다고 믿었음에도 그날 이후 그녀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었다. 그녀들에게 다가가기엔 뭔가 부담스럽고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인지하며 지나온 세월, 페미니스트들을 거의 잊은 반백이 다 된 나이에 책으로 만난 페미니즘은 여성에만 국한된 학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했으며 동시에 페미니스트는 그저 아이를 사랑하고 인류애가 넘치는 나와 같은 ‘엄마’였음을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당신이 마주치는 모든 여성을 천적이나 경쟁자 취급하지 말고 당신과 똑같이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려는 자매로 생각하자. 다른 여성들의 어려움과 성취에 고루 시선을 주고, 다른 여성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자.
- p. 246 3부 본보기 보이기_9장 자매의 손을 잡아 일으켜라
고전 명작 <쉰들러 리스트>를 봤다면 아마도 이 말을 기억할 것이다. “한 생명을 구하는 이는 온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이 구절로 유대인들은 쉰들러가 유대인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인간성을 구원했음을 표현했다. 이 말은 원래 유대교 율법과 신학을 집대성한 탈무드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의 속뜻은 누구나 각자 자기 안에 온 세상만큼의 힘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며,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 인류에 엄청나게 큰 공헌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세상에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이바지할 수도 있다. 다음 세대도 마찬가지다. 그 한 사람의 후손이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그들이 모두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계속 반복된다. 인류를 위한 도미노처럼. 이렇게 해서 한 사람에게서 출발해 세상 전체가 창조된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개념대로라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세상 전체를 품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람 한 명을 죽이면 실현 가능했던 세계 하나가 파괴된다. 반대로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하면 실현 가능한 세계 하나가 구원을 받는다.
- p. 291 4부 정치의 주체로 서기_12장 엄마가 세상을 구한다
세상의 성소수자, 가난한 사람들, 이민자들, 불법체류자들, 감금된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 소수민족, 원주민들까지 ‘엄마’ 특유의 섬세함과 마음을 다한 공감으로 그들을 진심으로 안아주고, 그들을 위한 시위에 참여하고 적극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고, 입법 활동을 하는 등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활동들을 ‘페미니즘하는 엄마’들이 전세계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잊고 살았던 많은 문제들을 일깨우고 그런 활동들에 참여를 독려하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그저 뉴스에서 흘려 듣고 지나치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며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경쟁 사회,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가진 우리나라 엄마들이 아이들을 교육하며 소홀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엄마’의 경험을 풍부하게 살려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에 대해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도덕적 합리가 그리는 호는 저절로 구부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미래의 정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편견과 성차별, 혐오에 맞설 줄 아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호를 구부리는 데 필요한 힘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악을 넘어서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인류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 있기에 엄마의 육아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사회운동이 된다. 세상을 구하고 싶다면 미래를 키워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 p. 300 4부 정치의 주체로 서기_12장 엄마가 세상을 구한다
‘엄마’가 된 여성이라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페미니즘 하는 엄마!’ 당신도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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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비리까지는 몰랐네요...
제발 그 수통 좀 바꾸어줬으면 좋겠구만... ^^
아이들이 궁금해할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활동을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과 더 친밀해질 수도 있고,
또 엄마의 활동이나 사회 활동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만,
아이들이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때가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친밀도도 높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