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
을사오적에다 매국노의 상징인 이완용. 오늘에사 그 평전을 읽었다. 전제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한국의 경우 민란이나 혁명이 아니라 식민지 과정을 거쳤다. 특이하게도 구 왕조는 식민지로 넘어갈때 지배층의 반항이 그 어느 때보다 적었다. 실질적으로 마지막 왕이었던 고종이나 그 자식들은 "나라를 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경우"가 없고 지금도 단순히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청의 마지막 황제였던 "부의"의 경우는 정말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황제가 되었다가 만주국 왕이 되었다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으로 어렵게 살아 갔는데, 고종의 경우에는 순전히 자기의 실책과 실정으로 황제에서 망국의 왕으로 전락했다. 이 과정을 도와준 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이완용이다.
이 책의 광고 포인트는 이렇다. "극단의 시대에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이완용은 조선 말기 합리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엘리트 지배층의 본보기이다. 이완용이 걸어간 길을 보면 그다지 풍파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세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도 많고 사리사욕보다는 이치와 사리에 맞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보자면, 이완용은 자기가 충성을 해야 할 대상인 "왕"을 위해서 모든 일을 했다. "백성"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논리로 이완용을 재단할 수는 없어 보인다. 바로 이런 맹점을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순리에 따른 듯" 해 보이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의 변신을 합리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공화국이고 그때는 왕조였기 때문에 한편으로 보자면 "그럴 수도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 위기를 피해 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군사 쿠데타는 구국의 결단"이라는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포장은 "구국"을 내세웠지만 "공화국"의 실체와 헌법을 무시한 행동이다. 결과가 좋기 때문에 좋은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면 "이완용"을 보라고 하고프다. 만약 합방 결과가 좋았다면 이완용이 매국노가 아니라 충신이라고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