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훈민정음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
우리말에 들어 있는 일본어의 흔적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고 쓴 책이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한 적이 있으니 아무래도 언어에 그 영향이 많다. 무심코 쓰는 단어가 일본에서 유래한 것들이 많고 그런 단어를 설명함에 있어서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니, 국어사전에 어휘수가 많은게 자랑이 아니고 제대로 넣자는 게 이 책의 요지다.
한편으로 보자면, 언어는 독자적으로 발달하는 게 아니라 외부 문물과 교류를 통해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거나 쇠퇴한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아무리 우리가 "순수한 우리말"을 주장한다 해도 우리에게 없던 문명 도구가 들어오면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빵"과 "담배"가 "우리 문자로 표현한 우리말"이 되었듯이 일본어에서 들어온 단어도 이제는 "우리말"이 된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일본에서 쓰는 의미와 우리가 쓰는 의미가 다르다면 우리는 새로운 "우리말 단어"를 창조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따지자면 "일본말"만 들어 있는가. 엄밀히 말해서 "한자말"이 우리 말에 더 섞여 있다. 언어의 포용성을 따지자면 외래어든 외국어든 많이 들어와서 그 사용자인 우리가 더 쓴다면 언어가 더 풍부해질 것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세종이 만든 "한글"은 "문자"이다. 우리가 쓰는 "말"은 "언어"이다. 우리가 쓰는 언어를 문자로 표현한 것이 "한글"이다. 분명히 "문자"와 "언어"는 다른데 우리가 한글을 쓸때 경계해야 할 것은 "문법에 어긋나는 문자 쓰기"인 것이지 "우리가 쓰는 단어"가 아닐 것이다. 요즘 들어 "문자로서" 영어를 더 많이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어는 단어로 존재할 뿐이지 문자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온 게 아니니 사쿠라보다는 Cherry를 더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훈민정음"은 "문자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들을 우리 문자로 표기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언어"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인데, 그것도 "문제"라기보다는 새로 생긴 단어가 소통이 되지 아니하여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