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본 한일통사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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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03:07
교토에서 본 한일통사
정재정 지음, 효형출판
담담하게 썼지만, 참 잘 쓴 책이다. 한국과 일본을 이야기할때, 한국이든 일본이든 중립적이며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지
못하는데, 이 책은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어디 치우침도 없이 깔끔하게 서술하였다. 게다가 이 책은 교토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군더더기 없이 요약을 했다.
일본은 단일 혈통 왕이 통치하는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이란 "국가"가 형성된 것은 가까이는 메이지유신, 좀
더 멀리 간다면 풍신수길이 전국시대를 통일한 400여 년 전이다. 일본 서쪽은 "도래인"으로, 고대 고구려, 백제, 신라 등에서
망명 혹은 이민 간 사람들이 대다수이며 그 여세가 교토까지 이어졌다. 교토는 천년 고도이면서 당시 일본의 중심이었다. 근대로
오면서 토쿄로 천도하는 바람에 그 위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한국과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도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일본에서 오래 공부를 했다. 그런데 그냥 공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역사를 가르쳤다. 게다가 일본에 있는 한국인의 흔적도 살폈다. 그러면서 미묘한 문제는 그 원인을 파고 들었다.
민족의 개념은 언제 형성된 것일까.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간 사람들 중에는 되돌아 오지 "못한" 사람보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단다. 진정 민족의 개념이 형성되어 있었다면 일본에 끌려간 "피로인"들은 기를 쓰고 돌아오려 하지 않았을까. 저자도
"현재의 개념으로 과거를 재단하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가 "세뇌된" 머리로 과거와 현재를 재단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불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게 아닐까. 피로인 혹은 백제/고구려인의 후손으로 정한론을 주장하고 또 적극적으로 한반도를 침략한 경우를
보자면, "민족의 개념"으로 양쪽을 저울질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