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 온 사진엽서
권혁희 지음, 민음사
모 정치 집단에 소속된 교수들이 교과서를 "우편향"으로 바꾸고자 하는데, 그러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저자는 190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 이전까지 조선과 그 주변에서 발행된 사진엽서를 통해서 20세기 초반 역사를 찬찬히 고찰했다.
인쇄물은 지식을 전파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권력과 지배의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19세기, 동양에서 처음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도 천황을 앞세워서 주변 국가 침략을 시작했다. 그 첫번째 희생양이 대륙과 해양의 중간인 "조선반도"였다. 임진왜란과 마찬가지로 한번 더 조선을 침략한 일본은 자기네들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은연중에 야만의 조선을 부곽시켜 "개화"를 내세웠다. 심지어는 일본이 들어왔기 때문에 조선의 산업과 생산이 더 늘어났다는 논리도 전개했다. 어쩌면 지금 모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리 틀리지 않는지. 그네들이 정당화하려고 했던게 지금에사 빛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초기에 그 인쇄물 세뇌공작을 주도한 인간들이 지하에서 얼마나 쾌재를 부르고 있을까.
침략을 정당화하는데 있어서 "도와주기 위해서"라는 핑계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조선은 동양의 은둔국가였지만, 속을 까고 보니 청나라보다 더 후진적이고 미개하니 근 시대를 살아가는데 무척 힘이 들어 보이니 도와준다 라고 한다면, 주변 열강들도 어차피 제국주의 침략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침략 국가의 손을 들어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사진 엽서에서도 이렇듯 침략 국가의 음흉하고도 악랄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 어찌 그 지배를 받았던 백성들은 지배자들을 그리워하는 발언을 하고 도움 받았다고 말을 하는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요즘 상황이 너무 답답하여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