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의 역사
쟝-뤽 엔니그 지음, 임헌 옮김, 동심원
특이한 부분을 찍었다. 엉덩이. 책 제목은 "엉덩이의 역사"이지만, 엄밀히 "엉덩이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맞겠다. 게다가 이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스무편 이상을 모아서 엮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한다. 이에 대해서 종교적으로는 오로지 인간만이 하늘를 바로 쳐다볼 수 있는 존재라고도 말하고 생물학적으로 치질이란 질병을 얻게 되었다고도 말한다. 어찌되었건 직립보행을 하면서 인간은 "엉덩이"가 생겼다. 네발로 다닐때에는 도저히 생기지 않을 듯 했는데, 두발로 다니면서 생긴 "툭 튀어나온" 신체 일부분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혹자는 이 엉덩이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혹자는 이것에 진화론적 의미를 부여했다. 혹자는 여기에 또 다른 의미(정치, 경제 등등)를 부여했다. 이게 무슨 예술작품인양 무엇이든 가져다 붙이니까 다 의미를 가졌다. 마치 김춘수의 "꽃"이 된 것처럼.
이러저러하게 의미를 계속 붙여도 내 엉덩이는 의자 위에 폭신하니 지탱하고 있어서 글을 쓰는 나를 떠받치고 있다. 그래봤자 엉덩이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