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고려 무인 이야기 2

고려 무인 이야기 2


이승한 지음, 푸른역사

지난 1권이 이의방, 정중부, 경대승, 이의민 이야기였다면 2권은 무인정권 최전성기를 이루고 최씨 왕조를 만든 최충헌의 이야기이다. 의종을 죽인 이의민은 천민 출신으로 이의방에서 경대승을 통해 이어지는 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그 권력은 고려 정부 전체를 쥐고 흔드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기반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의민 아들과 최충헌의 동생 최충수와 관계된 비둘기 사건으로 최충헌이 봉기를 하여 권력을 잡았다고 하였다.

봉기를 하였지만 지속가능한 권력으로 구축하는 것은 나름대로 식견이 필요하다. 최충헌 바로 앞 권력자 4인은 권력을 획득했지만 유지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할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창업을 하여 매출이 치솟아 올라간다 하더라도 조직 관리와 내부 성장까지 같이 이루어야 오래가는 기업이 되는 것과 같다. 급하게 성장한 회사는 또 급하게 망해갈 수 밖에 없다. 급하게 성장한 외형에 맞게 내부도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충헌은 나름대로 이름있는 집안 출신인데 가족을 기반으로 봉기를 성공시킨다. 봉기 후에는 핵심 권력자로 부상한 동생까지도 제거한다. 결과론적으로 최충헌이 최충수를 제거하였지만 봉기 초반에는 아마 최충헌보다 최충수가 핵심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는 여러 군사쿠데타에서도 보여주는 사례이다. 권력을 다져가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예나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전 권력자 4인과 다르게 최충헌은 무자비하게 숙청을 하여 철저하게 최충헌과 자기 집안으로 충성하게 만든다. 고려 사람으로 이 시기에 무인이나 문인은 무수히 많이 죽었는데, 과연 그 영향이 앞으로 나타나지는 않을까. 또한 최충헌은 고려의 4군 6위 제도를 무위로 만들어 자기 가신과 가병들 위주로 재편하게 된다. 백성들의 지지와 정통성을 기반으로 집권하지 않은 최충헌은 언제든 반쿠데타 가능성을 보았고 그래서 철저하게 자기 신변 보호를 위해서 핵심 병력을 자기 주변에 배치한다. 물론 재산 강탈은 기본이다.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한 최충헌은 마무리로 후계자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서 승계를 시킨다. 이 책은 아들인 최우(나중에 최이로 개명했다고 한다.)가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까지를 그렸다. 여기 나온 내용이 차라리 소설이었고 누군가가 지은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 최충헌과 최이는 권력을 쌓아 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이 살생을 하였다. 그리고 자기 주변으로 사병을 모았다. 최이 때 본격적으로 몽골이 침입해 오는데, 누가 피해를 보겠는가. 읽으면서 내내 씁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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