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게릴라의 전설, 마르코스
베르트랑 데 라 그랑쥬, 마이테 리코 지음, 박정훈 옮김, 휴머니스트
한국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면서 그 사례로 드는 나라가 멕시코이다.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 멕시코를 사례로 들고 있다. 그런데, FTA의 전초라고 할 수 있는 NAFTA 협상이 한창일때 갑자기 남쪽 태평양 연안의 한 주에서 원주민 무장 봉기가 일어났다. 무작정 총질을 해 대는 혁명이 아니라 스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한 무장 봉기였기 때문에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20세기가 끝나갈 무렵 미국의 앞마당이라고 하는 중앙 아메리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는 20세기 후반 멕시코의 한 지역에서 "무장 봉기"를 했으며 원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연설했다. 한때 미국의 저명한 언론에 희대의 인물로 게재되기도 했다. 빨치산 혹은 게릴라는 20세기 중반 전설적인 인물로 남은 체 게바라가 있는데, 그는 1950년대 말에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후, 다시 남미 여러 나라의 혁명을 지원하다가 사살당했다. 그런 체 게바라를 모델로 하여 20세기 후반에 마르코스가 나왔다.
이 책은 게릴라 마르코스를 "전설"로 만들려고 쓴 책이 아니다. 세계 언론에 공개된 1994년 이전에 마르코스가 어떻게 멕시코 혁명 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덩달아 왜 마르코스가 "전설적" 인물이 되었는지 또 되려고 했는지, 그리고 마르코스로 인해서 멕시코 정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였다.
총을 들고 봉기를 했지만, 마르코스가 이끄는 집단은 현재 멕시코에서 어엿한 의회 일원이 되어 있다. 부패와 부정으로 얼룩진 정권이 무너지고 혼란스런 시대가 왔지만, 멕시코 사회가 인정하는 일원이 된 것이다. 마르코스는 분명 체 게바라를 모델로 했다. 피델 카스트로도 모델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총을 내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멕시코에서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멕시코 사회는 안정을 찾아갈 것이고 마르코스도 그 안정화에 기여를 하겠지. 다만, 원주민을 위한 혁명인데, 봉기에 참여했던 지도자들은 모두 백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