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한겨레 신문사
1982년, 프로야구란게 생겼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때 당시에 매달 사보던 소년중앙에 각 구단별로 상세하게 설명했었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슈퍼맨 복장의 삼미 슈퍼스타즈는 좀 특이한 행적을 보였다. '치기 어려운 공은 치지 않고 잡기 어려운 공은 잡지 않는다.'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행적을 자신의 인생과 연결지었다. 급변하는 20세기 말, IMF 구제금융 시대에 한국은 참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로 전두환, 노태우 정권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사람들이 불현 듯 잊어버렸던 옛 선조들의 안빈낙도 기억을 찾은 셈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평생직장에서 쫓겨났고 거리에서 노숙하는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을 받았다. 분명히 그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인생은 무엇인가. 약 3년 전에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 저자는 봉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꼭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명함을 가져야만 안심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각하라는 뜻으로 자신의 인생을 소개했다. 자기 이름만 적힌 명함만 내밀면 어떠한가. 꼭 남들에게 말할 소속이 있어야 하는가.
그랬다. 인생은, 아니 사회가 부여한 인생은 사회의 틀 속에서 순종하도록 방향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는 인생에 대해서는 냉혹할 정도로 가혹하게 대했다. 이를테면, 등하교 시간 외에는 대낮에 학생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녀서는 안되고 또 돌아다닐 경우 그 학생이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강요를 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주체할 수 없는 여유 시간을 어찌하지 못해서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항상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만 하고 남들과 같은 생각과 같은 행동을 해야만 했던 적이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우승이 목표다. 누구나 다 추구하는 그 목표를 비웃어버린 삼미 슈퍼스타즈는 그래서 대단했고 저자는 그 구단의 정신을 이어받은 마지막 팬클럽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 소설, 끝마무리를 깔끔하게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