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담론의 지형학
이승환 지음, 푸른숲
유교 담론이라 하여서 매우 힘든 책으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너무도 순탄하고 화끈하여 아무런 저항감없이 책을 끝낼 수 있었다.
동양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교를 빼고는 사상이나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서양의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동양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유교를 빼고서는 역사와 이념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유교와 관련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정말 내가 이 책을 손 떼지 못하고 계속 읽었던 게 바로 저자의 글 솜씨와 이야기 전개에 있다.
대뜸,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던졌다. 왜 서구가 오리엔탈리즘을 내세우며 우리를 추켜세우는지 그 이유를 적었다.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내 식견에서는 그 이야기가 우리 현실에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진다. 최근 10년 간의 국제 정세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이후에 서구가 산업화 명목으로 부국강병하여 식민지를 찾던 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반박할 내용은 별로 없다.
시작부터 달랐으니 펼치는 내용 또한 짝짝 달라붙었음이라. 서구가 이제까지 유교를 생각해 온 사고 방식을 역사적 배경과 근거를 들어서 나열을 하였고 중국, 대만,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를 사례로 들어서 펼쳤다. 그야말로 "지형학"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이 났는가. 그렇지 않다. 일전에 "비슷한 것은 가짜다"라는 연암 박지원의 책 내용과도 얼추 비슷하다. 고문만 답습한다 하여 새로운 미래가 나오는 게 아니다. 아직도 유교를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있는가 하면 유교의 안 좋은 면만 비추어서 젊은이들을 훈계하려는 보수층도 있다.
무엇이든지 그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고 해석을 하여서 적용해야 악습이나 인습의 둘레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너무도 예리하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서술했다. 동양 철학이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