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종가 사람들
이연자 저자(글)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09월 08일
뢱 베송의 작품 중에 "비지터"라는 영화가 있다. 중세 프랑스의 기사인 주인공이 마법사에 속아 현대로 와서 자신의 후손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영화 속에서 중세 프랑스 명문가의 후손도 현대에서는 매우 처량하게 살고 있다. 그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양반가도 상황이 변변치 않은데, 유럽도 비슷하구나 싶었다.
이 책은 저자가 모 잡지에 몇 년에 걸쳐 연재했던 내용을 묶었다. 조선시대에 이름 높았던 집안들의 종가를 탐방하면서 저자의 전공인 음식으로 종가 이야기를 풀었다. 조선시대가 500년이 넘었는데, 명문가가 어디 한둘이겠으며 그 전통 또한 책 한권에 담을 수 있겠냐만 음식과 저자의 입담으로 재미있게 풀었다.
오랜 전통은 한번에 쌓을 수도 없고 그걸 또 쉽게 유지할 수도 없다. 이 책에서는 음식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식과 관련이 있는 잔치, 제사, 각종 행사 등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전통이 고루하면 퇴출되며 후손이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만 후대로 갈 수 있다. 후손을 박대하고 혹사시키면 그 전통은 왜 잇겠는가. 시대와 다른 걸 알면서도 종가와 종택을 지키는 종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저자가 행복하게 기행을 했구나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