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서은국
출판사 : 21세기 북스
출판일 : 2024. 05. 22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일 뿐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가? 살기 위해 행복한가?
<행복의 기원>은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행복 연구의 대가 서은국 교수의 저서다.
2014년 출판되어 올해로 10년을 맞이한 이 책은 저자의 Q&A를 덧붙여 개정판이 출간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은 '행복'을 철학이 아닌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과학적으로 해석한 심리학책이다. 30년간 행복을 연구한 교수의 관점은 새롭고 신선하다. 그동안 많은 책이 행복을 얻을 방법과 비결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인간은 왜 행복을 경험하며, 행복이 가지는 본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다.
저자는 인간은 본능과 이성의 양면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우린 행복에 대해서 너무 의식적, 합리적인 관점에만 치우쳐있었음을 지적한다. 행복이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사회적 관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 근거한 하나의 견해일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저자는 행복이란 관념적 생각이 아닌 생존을 위해 뇌에서 합성된 경험으로 정의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인간은 100% 동물이고 우리의 뇌는 원시인의 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이 문명인으로 산 시간은 인류의 시간을 1년으로 가정했을 때, 365일 중 2시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동물적 본능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한다. 동물의 모든 특징은 생존과 번식의 도구이다. 그러므로 행복 또한 인간이 생존 또는 번식하기 위한 많은 도구 중의 하나일 뿐이다.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는 것은 과대한 평가다.
행복은 타인과 교류할 때 자동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 행복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저자는 인간의 뇌는 모든 경험을 쾌와 불쾌로 나눈다고한다. 불쾌는 인간을 위험한 상황에서 보호해 준다. 우리가 사자를 만나거나 절벽 위에 서 있을 때 두려움을 느껴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위험으로 벗어나기만 해서는 안된다. 먼 곳까지 가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하고 사람과도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도구가' 쾌' 즉 행복이란 감정이다. 그래서 행복은 인간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의욕과 에너지가 필요한 행동을 할 때 보상처럼 주어진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보다 자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즉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단 얘기다. 인간은 적응이란 과정을 거쳐서 어떠한 즐거움도 지속 기간이 길지 않다. 뇌는 인간의 행복엔 관심이 없다. '적응'이라는 작용을 거쳐 어떠한 즐거움이라도 초기화시켜 생존과 번식에 대한 행위를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한 개체로서는 그다지 탁월한 능력이 없지만,
서로 돕고 나누고 이용하는 복잡한 사회적 능력 덕분에
두 종은 지구에서 유례가 없는 성공 신화를 썼다.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시적인 뇌는 여전히 음식과 사람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그래서 사회성이 높은 외향성의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더 행복하다. 그렇다고 내향적인 사람이 안 행복한 건 아니다. 각자의 레버리지가 다를 뿐이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먹을 것과 사람이 필요했다. 사회에서의 고립은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우린 사회성이 뛰어난 인류의 후손이다. 이런 인간의 뛰어난 사회성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했고, 인간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혀주었다. 그래서 인간은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동일하게 느낀다. 인간에게 사람이란 단순한 타인이 아니라 생활필수품 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것도 사람이고 가장 큰 불행을 주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칼날로 기름기를 제거하고 나면
행복의 살코기로 남는 것은
주관적인 즐거움과 기쁨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행복지수는 낮은 수준이다. 집단주의 문화는 개인의 개별적인 행복을 무시하고 전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한다. 또한 자신의 잣대가 아닌 타인의 평가와 시선으로 보여주기식 삶의 추구는 뇌의 행복 전구를 켜지 못한다. 가치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은 동일하지 않다. 어떤 삶을 살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내 머릿속의 행복 전구를 환하게 켤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그건 바로 좋아하는 사람과의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단순하며 강력하다.
그동안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거나, 다른 관점에서 행복을 생각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