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죽이고 싶은 아이 1, 2
저자 : 이꽃님
출판 : 우리 학교
발행 : 2024. 07. 01.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작가 이꽃님 신작
“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
조각난 진실과 부서진 믿음에 관한 이야기
고1 여학생 서은이가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과연 범인은 단짝 친구인 주연이인가? 아니면 제3의 인물인가?
한국 청소년 문학의 가장 뜨거운 이슈 작 ‘죽이고 싶은 아이’
너무나 현실적인 주인공의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
이 소설엔 청소년 문학의 억지스러운 희망찬 결말 따위는 없다. 세상의 시련과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는 주인공도 없다. 이 소설엔 이미 죽은 주인공과 죽이고 싶은 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추리소설의 포맷을 빌리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벽돌로 머리를 맞아 살해된 여고생 서은의 시신이 발견되고, 유력한 살인범으로 단짝 친구인 주연이 주목된다. 모든 증거는 주연에게 향하고 당사자인 주연은 그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 과연 주연이 진짜 살인범일까?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결말을 예측할 수가 없다.
이 소설은 주변인의 인터뷰를 통해 두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타인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청소년들은 다수의 의견에 기꺼이 동참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 두 주인공은 사람들로 인해 왜곡되고 변형된다.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믿으면 그것이 진실이 된다. 미디어는 그런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알 권리'를 내세워 한 개인의 삶을 파헤치고 자극적으로 편집해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든다. 재미와 흥미를 위해 가뿐히 개인을 희생시킨다. 거기에 개인의 인권은 없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입맛이 씁쓸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산산조각 난 삶을 일으켜 타인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청소년들은 더욱 다수의 의견에 동참하는 편에 기꺼이 선다. 얼마나 눈물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무너져 내린 삶이라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만 하는 것이 삶이므로.”
- 이꽃님,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반전의 재미도 있지만 그 반전으로 인해 고구마 백 개는 먹은 듯 답답하다. 하지만 다행인 건 3년 만에 죽고 싶은 아이2가 출판되면서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한 모금 마신 듯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 1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므로 2편을 쓰지 않겠다던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책임을 다했냐?'는 중학생의 질문에 고민에 빠지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2편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2편에서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향한 비난과 괴롭힘은 계속 이어지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자기변명과 남 탓에서 벗어나 주연을 위해 변화하기 시작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피폐해져만 가던 주연이의 삶이 조금씩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책을 읽으며 많이도 마음이 아팠다.
어른의 관점에서 읽어 본 '죽이고 싶은 아이'는 내겐 '살리고 싶은 아이'였다. 소설 속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어른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 이 소설을 인생책으로 꼽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청소년 문학이라 선입견을 버린다면 인생책까지는 몰라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책이 될 것이다. 자녀가 있다면 같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