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쟁 우리말우리글5천년쟁투사
김흥식 지음, 서해문집
독특한 책을 많이 낸 출판사 대표가 한글과 관련하여 내용을 비유적으로 꾸몄다. 한글 창제 이전, 창제 때, 창제 이후, 그리고 근대와 현대로 나누어서 한글이 다른 언어와 경쟁을 하고 전쟁을 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우리가 입으로 내는 건 말이고 손으로 쓰는 건 글이니, 이 책에서 말하는 "한글"은 글자로써 존재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는 잘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우리는 한자 문화권에 속했고 조선 건국 전까지 "독자적인 문자"를 갖추지 못했다. 다만 일본처럼 우리도 신라시대에 향찰, 이두, 반절 등의 형태로 한자를 빌려 문자를 쓰고 있었다. 이 책에서도 예리하게 언급했지만, 우리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을 가지고 있다는 건 커다란 행복이다. 그런 노력은 지난 5천년 간(그게 진짜 5천년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쟁을 해 왔다는 표현으로 던졌다.
우리 말을 표현할 수 있는 글자인 훈민정음이 나왔지만 이는 "한자를 잘 발음하기 위한 교육자료" 수준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진정 한글이 한글답게 된 것은 창제 이후 400년이 지난 20세기였다. 그런데 저자는 마지막에 한글의 새로운 도전으로 "영어"를 언급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성장한 경쟁자인 영어는 그 옛날 한자가 그랬듯 우리 생활 이곳저곳에 꽉 박혀 있다. 새롭고 더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한글이 나아갈 길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처럼 계속 쟁투를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