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흠정만주원류고

흠정만주원류고 

남주성 역, 글모아


어느 나라나 건국 이후 자신들의 조상에 대해 이야기를 남기려고 노력한다. 유목민족의 경우 문자를 가지지 못해서 한계를 가졌으나 정복왕조로서 중국에 입성한 경우에는 중국의 자원을 적극 활용했다. 청나라는 만주에서 발원하여 17세기 중국을 정복하였다. 스스로 여진의 금나라 후손으로 여겼으며 그런 맥락에서 건륭제는 "만주원류고"를 지어 자신들의 역사를 밝혔다.

충격적이다. 우스개 소리로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혹은 김알제)가 흉노족이고 만주나 대륙에서 남하했다고 했는데, 김알지의 후손들이 통일신라가 고려에 항복할때 그 후손이 만주로 가서 여진족을 규합하여 金나라를 세웠다는게 타당성을 얻을 수도 있겠다. 조선왕조 개국 전에 이의민과 이의방의 후손이 전주에서 강릉으로 또 회령으로 옮겨간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때 당시 저런 이동이 전혀 이상할 게 없겠다. 게다가 이 책 대로라면 한반도와 만주 지역의 고대사와 그 후 고려 및 조선사는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단재 신채호 선생도 이 책을 보고 고대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했는데, 해방 이후 대한민국 사학자들은 왜 이 책을 연구서로 채택하지 않았을까. 이들은 고대사와 고려사가 자신들의 생각에 안 맞으니 버린 것일까 아니면 식민사관에 물든 것일까. 둘째, 일본조차도 자기네한테 유리한 자료를 끌어들여 (심지어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 사학자들은 지네 역사를 숨기고 축소시키기 급급할까. 

지난 2천년 동안 1천번 이상 외침을 받았다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외침만 받은 민족이라는 피해의식은 왜 우리 역사에 그리 많았을까. 만주원류고는 왜 정식 사서로 추가하지 못하는 것일까. 분명 청나라 조정에서 발간한 공식 서적/문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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